경제

청년들 76%가 "한국에 좋은 일자리 없다" 절망

 미취업 청년 2명 중 1명(50.4%)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경력 위주 채용'을 구직활동의 가장 큰 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희망하는 최소 연봉은 평균 3468만원으로, 현실과 기대 사이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2일 발표한 미취업 청년 500명 대상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활동 중인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30.0%)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어 '경력직 위주의 채용 구조'(20.4%), '과도한 자격요건 및 스펙 요구'(19.6%), '지속적 실패로 인한 자신감 저하 및 구직의욕 감소'(14.6%),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6.7%) 순으로 응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경력직 위주 채용과 과도한 자격요건을 합치면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신입 구직자들이 소위 '경력 역설'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안 되니 경력을 쌓을 수 없는 악순환이 청년들을 좌절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미취업 청년들의 경우, '자격증 또는 취업을 위한 시험 준비'(19.6%)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그 뒤를 이어 '적합한 일자리 부족'(17.3%), '과도한 스펙·경력 요구'(13.8%), '계속된 취업 실패'(9.2%) 등 비자발적 요인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일정 기간 휴식'(16.5%)이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는데, 이는 지속된 취업 실패로 인한 번아웃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양질의 일자리' 조건으로는 '급여 수준'(31.8%)이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고용 안정성'(17.9%), '일과 삶의 균형'(17.4%), '직장 내 조직문화'(7.3%), '개인 적성과의 일치'(7.2%) 순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급여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전체 응답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청년들이 자아실현이나 성장 가능성보다 기본적인 생계 안정을 더 중요시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취업 청년들의 76.4%가 한국 사회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저하시키고, 장기적인 미취업 상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취업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불확실한 진로에 대한 고민'(24.4%)이 꼽혔다. 그 뒤를 이어 '우울감·무기력감 등 심리적 불안정'(21.2%), '생활비·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17.2%), '계속된 실패 경험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16.6%), '사회적 고립감 및 단절'(6.8%)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취업난이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청년들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관계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취업 예상 시기에 대해서는 '3~6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20.4%로 가장 많았으나, 상당수는 취업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미취업 청년들이 일할 의향이 있는 최소 세전 연봉은 평균 3468만원으로 집계됐다. 학력별로는 '고등학교 졸업 이하'가 평균 3227만원, '대학교 졸업 이상'이 3622만원으로 약 40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확대'(32.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서 '구직기간 비용지원 등 경제적 지원 강화'(18.2%), '체험형 인턴 등 실무 경험 기회 확대'(16.0%), '맞춤형 교육·훈련정보와 기회 제공'(11.3%), '취업·창업컨설팅 등 진로설계 지원'(7.7%)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의 신규채용이 줄어들면서 청년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신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활력 제고와 고용여력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청년 고용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기침체와 기업들의 채용 축소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취업 절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 의대 설립의 꿈, 순천대 학생 60% 반대에 가로막혔다

 전라남도의 숙원 사업인 국립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핵심 전제조건이었던 국립순천대학교와 국립목포대학교 간의 통합이 최종 무산됐다. 전남도의회 '통합대 국립의과대학 설립 지원 특별위원회'는 24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투표 결과를 존중하면서도 양 대학 간 통합 추진에 심각한 제동이 걸린 점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통합안은 지난 22일과 23일 양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된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국립목포대는 교원, 직원, 학생 모두가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지며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국립순천대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교수(찬성 56.12%)와 직원·조교(찬성 80.07%)는 통합에 찬성했으나, 학생 투표에서 반대가 60.68%로 나오면서 3개 직역 모두의 찬성이라는 판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최종 부결로 결정됐다.전남도의회는 이번 투표 결과, 특히 학생들의 반대 결정이 나오게 된 배경에 주목하며, 그들의 우려와 고민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던 학사 운영의 혼란, 각기 다른 캠퍼스의 정체성 상실 문제, 그리고 통합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의 질적 저하 가능성 등 현실적인 걱정들이 이번 반대 투표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의회는 대학 통합 문제가 특정 구성원이나 단일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남 지역 사회 전체의 미래와 다음 세대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차대한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학생들의 우려를 경청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과 별개로, 지역 소멸이라는 더 큰 위기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도의회 특별위원회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두 대학의 통합이 무산된 단기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청년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전라남도가 앞으로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와 직결된 운명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을 독립적으로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도 덧붙였다. 즉, 이번 통합 부결은 단순히 의대 설립이 좌초된 것을 넘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화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학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이에 따라 도의회는 국립순천대를 향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의 공공적 책무와 역사적 역할을 다시 한번 깊이 숙고하여, 지역 사회와 전남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아직 통합 논의를 이어갈 시간과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고 판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에 대한 재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전남도의회 또한 이 과정에서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책임 있는 주체로서, 대학 구성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통합 논의가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했다. 전남의 미래가 걸린 의대 유치의 불씨를 어떻게든 다시 살리겠다는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