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의회, 中 딥시크 정조준..칩 차단' 본격 추진

 미국 의회는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의 AI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그 과정에서 고의로 기술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조사는 엔비디아가 중국의 딥시크에 고성능 칩을 공급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급이 미국의 규제를 위반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AI 개발을 막기 위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해왔고,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중국에 대해 저성능의 H800 칩을 별도로 공급해왔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을 사용해 'R1'이라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는 16일(현지 시각) 엔비디아의 아시아 지역 칩 판매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엔비디아가 중국 딥시크에 AI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을 고의로 제공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규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는 미국 의회가 엔비디아의 사업에 대해 처음으로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칩 판매에 대한 추가 규제를 검토하는 시점에서 진행된 조사는, 향후 미국 정부의 규제 방향과 내용을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AI 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수출 대상 국가와 기술 사용 고객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딥시크가 빠른 시간 안에 AI 기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딥시크가 6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사용했으며, 그 중 2만 개는 미국의 수출 제한이 있는 최첨단 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위원회는 딥시크와 다른 중국 AI 기업들이 싱가포르의 중개인을 통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싱가포르 당국은 딥시크에 최첨단 칩을 불법으로 수출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매출은 단순히 고객 주소가 싱가포르인 것뿐이며, 실제 제품 배송지는 미국이나 대만이라고 해명했다.

 

위원회는 또한 딥시크가 중국군과 연계된 대형 통신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했다고 주장하며, 딥시크의 데이터 수집 시스템이 중국의 큰 기술 기업들과 얽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딥시크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중국의 검색 엔진 바이두, 텐센트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인의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이로 인해 미국 의회는 딥시크가 중국 공산당의 감시와 통제 역할을 하는 중국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엔비디아에 대해 2020년 이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11개 아시아 국가에서 500개 이상의 AI 칩을 구매한 고객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위원회는 엔비디아가 이 칩들을 공급한 회사들에 대한 정보도 요구했다. 의회는 소환 권한을 가지고 있어, 엔비디아는 2주 이내에 이에 대한 답변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의회는 조사를 시작한 후 약 4개월 내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청문회를 열기도 한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위원회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대사관 대변인 류펑위는 "중국 정부는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법에 따라 엄격히 보호하고 있으며, 불법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하라고 기업이나 개인에게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박이 제기된 가운데,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H800 칩을 사용해 AI 모델 'R1'을 훈련했다고 밝혔다. 이 칩은 성능이 낮은 제품으로, 미국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도록 설계되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칩 역시 중국의 AI 개발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수출을 차단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공급한 'H20 칩'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특별 허가 없이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는 약 55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의 비용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1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공짜 휴일'의 민낯…내수 진작 효과는 '0', 정부의 민망한 성적표

 정부가 경기 부양과 국민 휴식권 보장을 명분으로 종종 지정했던 '임시공휴일'이 실제로는 내수 소비 증진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10월 10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최종 무산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긴 연휴는 소비의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연휴 직전에 소비를 집중시키고 연휴 이후에는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기간 간 대체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임시공휴일이 있었던 과거 명절 기간의 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연휴 직전에는 소비가 평소보다 10% 이상 급증했지만 연휴가 끝난 뒤에는 되레 5~8% 감소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국 연휴 전후 약 4주간의 전체 카드 사용액을 합산해보면 임시공휴일이 없던 명절과 비교해 총소비 규모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하루의 영업일이 줄어드는 효과와 연휴 기간 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서로 상쇄된 결과로 풀이된다.특히 임시공휴일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해외여행의 급증이 지목됐다. 연휴가 길어질수록 국내에 머물며 소비하기보다는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소비로 상쇄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임시공휴일이 포함됐던 2025년 설 연휴 기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출국자 수를 기록하며, 외식 등 국내 대면 서비스 소비는 오히려 평소 명절보다 감소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연구는 분석 대상이 된 임시공휴일 사례가 많지 않고, 당시의 경제 여건이나 날씨 등 다른 변수들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는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조병수 차장 역시 "임시공휴일 지정의 효과에 대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임시공휴일=내수 활성화'라는 단순한 공식을 재고하고,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의미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