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러-우 전쟁, 푸틴·젤렌스키·바이든 3인 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까지 돌리며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향해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며 전쟁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세 사람 때문에 수백만 명이 죽었다”고 발언했다. 그가 지목한 세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그리고 조 바이든이다. 트럼프는 “물론 푸틴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하지만 젤렌스키와 바이든 역시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전쟁을 부추겼다”며 “전쟁이 발발한 것은 그들의 무능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젤렌스키에 대해 “그는 미사일 구매 말고는 아무 관심이 없다”고 비꼬았고, “지도자라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이길 수 있을지를 먼저 판단했어야 한다”며 “자국보다 20배는 더 큰 상대와의 전쟁은 무모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갈등은 이미 지난 2월28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도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젤렌스키가 “살인자에게 영토를 넘기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푸틴을 강하게 비난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무례하다”고 면전에서 응수하며 격한 언쟁을 벌였다. 이어 “종전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은 더 이상 중재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회담을 사실상 결렬시켰고, 젤렌스키는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워싱턴을 떠났다.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했고, 젤렌스키는 트럼프에게 서한을 보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글을 올려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 바이든은 이 참사를 막기 위한 수많은 기회를 놓쳤다”며 “그들의 무책임이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재차 비난했다. 특히 그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바이든의 리더십 부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 명의 책임자 중 푸틴이 1번이라면, 바이든과 젤렌스키는 2번”이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비극을 멈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곧 좋은 제안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하루 전인 13일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향해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키이우를 방문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전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이 없다.

 

 

 

한편,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4개 지역의 소유권을 러시아에 일부 양도하는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정황도 알려졌다. 지난 11일, 스티프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는 푸틴 대통령을 직접 만났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특사 키스 켈로그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영토 분할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다시 비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향후 협상에서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30일간의 전면 휴전을 이끌어냈지만, 러시아와는 에너지 시설에 한한 제한적 휴전에 그쳐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트럼프는 이날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이란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 이란과의 핵협상과 관련해 “이란은 우리와 거래하길 원하지만, 방법을 모른다”며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미국은 세계를 위해서라도 강경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미국은 현재 핵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를 오만과 로마 등지에서 이어갈 예정이며, 중동 정세 또한 미국 외교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종전 협상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며, 이는 오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강력한 외교적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존 세입자'는 갱신으로 안도, '신규 세입자'는 매물 찾아 삼만리… 갈라진 임대차 시장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신규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자들은 급감한 매물과 치솟은 호가에 발을 동동 구르는 반면,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거 안정에 나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갭투자를 억제하려던 정책이 전세 공급 자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왜곡과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가중이라는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책 시행 이후인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총 8만 9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감소했다. 특히 신규 계약은 5만 5368건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8.6%라는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30.4%)과 경기(-33.4%) 등 수도권의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다주택자들이 전세 공급을 꺼리면서 나타난 직접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갱신 계약은 3만 3852건으로 23.7% 급증했으며, 이 중 임차인이 법적 권리인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1만 7477건으로 무려 83.2%나 폭증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자,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집을 구하는 대신 현재 거주지에 머무르는 것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신규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 간의 '가격 격차'는 이러한 시장의 이중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서울의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에서 체결된 계약을 비교한 결과, 신규 계약의 평균 전셋값은 6억 3716만원으로 갱신 계약 평균가(5억 8980만원)보다 4736만원, 비율로는 8.7%나 더 높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가격 차이가 1.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신규 세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입장료'가 엄청나게 비싸진 셈이다. 어렵게 전세 매물을 찾아도 이미 크게 오른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은 결국 월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계약은 8만 261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하며 전세 시장의 위축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높은 전셋값과 매물 부족에 지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전문가는 "정부 대책이 전세 시장의 공급 부족과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법적 권리로 주거를 연장하는 기존 세입자와 높은 비용을 치르고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고착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