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 시장에 '애국심 풀파워' 한용운, 안중근 작품 경매 등장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 시장에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만해 한용운의 대작 병풍 '심우송'과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을 비롯해, 독립운동과 관련된 희귀한 유물들이 4월 경매에 쏟아져 나오면서 미술 시장에 특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오는 22일 서울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제183회 미술품 경매'에 총 132점, 약 110억원 규모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만해 한용운의 10폭 병풍 '심우송'이다. 불교 수행 과정을 담은 이 작품은 독립에 대한 만해의 뜨거운 열망을 담고 있으며, 추정가는 15억원 이상으로 책정되었다.

 

특히 이번 경매에는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도 출품되어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푸른 대나무를 뜻하는 '녹죽'에는 안중근 의사의 굳건한 지조와 절개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추정가는 3억~6억원이다. 이 외에도 저항 시인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경매에 등장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경매를 통해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고, 우리 역사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옥션 경매에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제강점기 관련 기록물들도 출품되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조일수호조규 관련 외교문서 일괄'은 일제와 맺은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조약 체결 과정을 담은 문서들로, 추정가는 5000만~1억원이다. 또한,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전범재판) 속기록 349권 일괄'은 일제 패망 이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범재판 내용을 담은 방대한 속기록으로,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품으로는 박수근의 1963년작 '목련', 쿠사마 야요이의 '인피니트 네츠', 이배의 회화 '불로부터'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경매에 오를 예정이다.

 

경쟁사인 케이옥션은 오는 23일 경매를 개최하며, 서울옥션과는 대조적으로 미술품에 집중된 경매를 선보인다. 총 110점, 약 104억원 규모의 작품이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서는 일본 작가 로카쿠 아야코의 '무제'와 김종학의 '벚꽃' 등 봄과 어울리는 화사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카쿠 아야코의 '무제'는 추정가 2억2500만6억원, 김종학의 '벚꽃'은 추정가 3000만60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이 외에도 김환기의 '무제',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 하종현의 '접합 18-23'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경매가 열리는 당일까지 각사 전시장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옥션은 서울 강남센터에서, 케이옥션은 자사 전시장에서 작품들을 공개하며, 미술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4월 경매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미술 시장에 불어온 독립의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만해 한용운,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우리 역사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여제'의 눈물…안방에서 완패 당한 안세영, "오늘은 내 날이 아니었다"

 '셔틀콕 여제'의 철옹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적수가 없다던 여자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최근 연이은 패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세계선수권 2연패가 좌절된 데 이어, 2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우승컵마저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이번 결승전 패배는 뼈아팠다.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고, 상대인 야마구치를 상대로도 올해 전승을 거두고 있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경기 내용 역시 무기력했다. 안세영은 1, 2게임 내내 상대의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며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0-2 완패를 당했다. 경기 후 안세영 스스로 "상대가 완벽한 게임을 했고, 나는 끌려다녔다"고 인정했을 만큼 압도적인 패배였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 더 이기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서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겉으로 드러난 성적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안세영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혼란이다. 그는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며 그동안 쉽게 내비치지 않았던 힘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올해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7번이나 정상에 오르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음에도, 정작 본인은 올 한 해를 "부침이 심했고, 매우 부족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는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끊임없이 발전하며 도전해오는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압박감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번 더 발전해서 나오는 상대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자신 또한 멈추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그의 말은 세계 1위의 숙명과도 같은 고독한 싸움을 짐작게 한다. "남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고 싶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쳤지만, 전과 다른 그의 지친 표정은 '안세영 시대'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음을 예고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