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백남준 예술, 두 개의 거울에 비추다

 20세기 미술사에 혁명적인 획을 그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그의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개최되어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이 직접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아카이브 영상을 통해 그의 예술 철학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반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로봇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는 백남준의 작품 제작 과정을 담은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 그의 창의적인 영감의 원천과 실험 정신을 탐구한다. 이 두 전시는 서로 보완적인 시각을 제공하며, 백남준 예술의 깊이와 넓이를 더욱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한 2,285점의 아카이브 중 엄선된 영상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비디오 아트라는 낯선 장르를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 출연했던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들이 편집되어 전시 공간에 배치되었다. 관람객들은 백남준의 육성을 통해 그의 대표작에 대한 심도 깊은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964년에 제작된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 대해 백남준은 영상에서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설명한다. 전자빔의 흐름이 흐트러진 화면은 시간의 시각화를 의미하며, 백남준의 예술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된 작품 '자석 TV' 역시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백남준은 TV에 자석을 대고 움직이면서 내부 형광 물질과 전자빔이 충돌하여 빛을 내는 영상을 창조했다. TV 화면에는 여러 원색들이 일그러지고 요동치며,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내년 2월 22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로봇드림'은 백남준이 로봇 조각을 제작했던 '백남준 팩토리'를 중심으로 그의 작업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전시다. 백남준의 작품 제작에 사용된 연구 스케치, 설치 도면, 사진을 오려 만든 목업, 사진, 영상 자료 300여 점과 판화 20여 점이 전시되어 그의 창작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백남준의 작품 제작을 조력했던 디자이너 겸 테크니션 마크 패츠폴과의 협업 과정이 돋보인다. 판화가였던 패츠폴은 1984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오하이오주의 백남준 팩토리에서 다수의 비디오와 로봇 작품을 제작했다. 두 예술가가 협업한 첫 판화 모음집 'V-아이디어, 선험적'(1984)을 포함하여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8명의 혁명가를 8개의 TV 조각으로 형상화한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진화, 혁명, 결의'(1989) 등이 최초로 공개되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백남준의 로봇 작품들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한 중요한 실험이었다"면서 "로봇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백남준의 로봇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로봇드림'은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연구서 '백남준: 오래된 것, 새로운 것'이 최근 출간되었다. 독일에 거주하며 백남준 연구에 매진해온 디터 다니엘스 독일 라이프치히 예술대학 교수가 집필한 이 책은 백남준의 대표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년)'이 지난해 40주년을 맞이한 것을 기념하여 비디오 아트의 출현에서 백남준 연구의 최근 담론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이 책은 백남준 예술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한편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와 세종문화회관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 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하며, 그의 예술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백남준의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현대 미술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놓쳐서는 안 될 전시가 될 것이다.

 

이재명 "커피 원가 120원" 발언에 김문수 "경제무능 드러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후보가 전북 군산 유세에서 커피 한 잔의 원가가 120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소상공인 업계의 반발을 샀고,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과 자영업자들은 잇달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열릴 경제정책 TV토론을 앞두고 이 같은 논란은 여야 간 정면 충돌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논란의 발단은 이 후보가 지난 16일 유세 중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그는 “5만 원 받고 닭죽을 팔아봐야 3만 원 남는다. 그런데 커피 한 잔은 8천 원에서 만 원을 받는데 원가가 알아보니 120원”이라며 소득 대비 고수익 업종의 예시로 커피 판매를 언급했다. 이에 대해 커피의 ‘원가’를 단순한 원두값으로 축소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경제적 개념인 원가는 원자재뿐만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세금, 유지비, 기계 감가상각 등을 포괄하는데, 이를 무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18일 자신의 SNS에서 “커피 원가가 120원이라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카페를 차릴 것”이라며 “워렌 버핏도 한국에서 카페 차렸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 후보가 대장동·백현동 같은 불법 개발사업 대신 카페를 차렸다면 지금보다 나라가 더 나았을 것”이라는 날 선 발언도 덧붙였다.국민의힘 지도부도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후보가 카페 사장들을 폭리 업자로 몰고 있다”며 “원가는 상품 제조·판매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포함하는데, 이 후보는 단지 ‘원두값’만 보고 커피 원가를 논한 것 같다. 이런 수준으로 나라 경제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무시하고 국민을 조롱하는 민생 무시”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 후보의 계산기에는 인건비, 임대료, 자영업자의 피눈물조차 입력되어 있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추경호 전 원내대표 역시 가세해 “커피 원가는 120원인데 판매가는 1만원이라며 마치 자영업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악의적”이라며 “그 정도 경제 상식으로는 나라 살림을 맡을 수 없다”고 밝혔다. 주진우 의원은 “자영업자는 서민이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을 원두값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현실 인식의 부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잇따랐다. 김혜수 국민의힘 청년대변인은 “이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은 카페 사장들의 생존 현실을 모욕한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120원은 터무니없는 수치다. 임대료, 전기세, 직원 급여 등 고정비용을 외면한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김민석 청년대변인도 “자영업자들의 고된 노동이 원두값 120원으로 환산될 수 있다는 인식은 무지의 산물”이라고 했다.실제 자영업자들도 현실적 수치를 들며 이 후보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강사빈 부대변인은 카페를 직접 운영 중인 경험을 바탕으로, “1kg에 3만3000원짜리 원두를 쓰고, 아메리카노 한 잔에 21g을 사용한다”며 “버려야 할 원두와 로스(loss)를 감안하지 않아도 원가가 693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 인건비만 10만 원이 넘고, 임대료, 전기세, 수도세, 통신비, 부가세, 대출 이자까지 감당하고 있다”며 “이 후보의 발언은 자영업자들을 바가지 장사꾼으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은 진화에 나섰다. 공보단은 “이 후보는 5년 전 가격 기준으로 원두 원가를 언급한 것일 뿐, 인건비나 부자재비, 제반 비용을 배제한 것이 아니며 맥락은 자영업자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 수치를 근거로 산업 전체를 판단하는 위험성과, 대선 후보로서 발언의 무게를 간과한 무신중함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커피 한 잔을 둘러싼 이번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치지 않았다. 치열한 유세전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민심을 자극한 이번 논란은 향후 대선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층의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후보들의 경제 인식과 발언 하나하나가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이재명 후보의 ‘120원’ 발언은 현실 경제와 정치적 상징성이 교차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