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6개월간 암흑 속 6만대 질주… 광주 무진대로 '터널의 공포'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으로 하루 수만 명의 운전자가 6개월 동안 암흑 속에서 운전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광주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무진대로의 방음터널 조명이 고장 난 채 방치되었던 것. 한 언론사의 취재가 시작되자 광주시는 반나절 만에 '두꺼비집'을 올리는 간단한 조치로 복구를 완료했지만, 시민 안전을 등한시한 행정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문제의 방음터널은 광주와 전남 서남권을 잇는 무진대로의 계수교차로~운수IC 사거리 구간에 위치한 290m 길이의 우산방음터널(광주여대 방면)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터널 내부 전체 조명 20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이 구간은 하루 평균 6만 8689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광주 최대 교통량 도로다.  특히 터널 진입 전후와 내부에 총 3곳의 진출입로가 있어 차선 변경이 잦고 교통 체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야간에 이 터널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갑작스러운 암흑 속에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시속 80km의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조명 고장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실제로 운전자들은 꾸준히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위험성을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한 운전자는 "사고 위험 때문에 민원을 넣었지만 수개월째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조명 고장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예산 문제를 이유로 즉각적인 정비를 미뤄왔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의견을 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는 변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뉴스1>의 취재가 시작되자 광주시는 반나절 만에 현장 점검을 실시, 차단기가 내려가 조명이 꺼진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복구했다.  단순히 차단기를 올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를 6개월간 방치한 것이다.  반복적인 민원에도 현장 점검 한 번 없이 예산 탓만 하며 시민 안전을 외면한 광주시의 안일한 행정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폭설, 포트홀 등 다른 작업에 집중하느라 민원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광주시 관계자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다른 업무보다 후순위로 미룬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임시 복구 후에도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 조명이 있다는 사실은 광주시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예산 부족 이전에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행정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광주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 안전을 위한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늑장 대응으로 시민들을 위험에 방치한 것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자기 돈 한 푼 없이 800채 매입…‘무자본 갭투자’ 일삼은 일가족의 몰락

 수백 명의 임차인에게서 7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정모 씨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담보로 한 악질적인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범행에 가담한 그의 아내와 아들 역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며, 가족 전체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로써 2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이들 일가족의 범행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주범 정 씨 부부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본인들과 임대법인 명의를 동원해 수원시 일대의 주택 약 800세대를 사들였다.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매입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은 임차인 50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총 760억 원을 편취했다.아들 정 씨의 역할은 범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고리였다. 감정평가사였던 그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임대할 건물의 시세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감정평가했다. 부풀려진 시세는 새로운 임차인을 속여 더 높은 보증금을 받아내거나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데 활용됐다. 그는 2023년 4월부터는 아예 임대업체 소장으로 근무하며 직접 전면에 나서 30여 명을 상대로 4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앞선 1심 재판부는 주범 정 씨에 대해 “피고인에게 준법의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선고했다. 범행 수법의 악랄함, 피해 규모의 심각성, 범행 후 반성 없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지난 5월 열린 2심에서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정 씨 부자의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기도 했다. 다만 아들 정 씨의 일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는 등 일부 판단이 변경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인 대규모 사기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과 중형의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결국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기나긴 법정 다툼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 및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정 씨 일당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범행을 계속했으며(미필적 고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범죄에 함께 책임이 있다(공동정범)는 하급심의 판단이 정당했음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