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푸틴 특사, 전격 방미..트럼프 압박 통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해외투자 및 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고위 관계자가 미국을 공식 방문하는 사례다.

 

미국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 등을 인용해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양국 관계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과거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지만, 이번 방문을 위해 일시적으로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한 지 며칠 만에 성사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으며,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를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으며, 양국 특사 간의 이번 만남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미국이 제시하는 우크라이나 해결안이 분쟁의 근본 원인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러시아 잡지 ‘국제문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제안한 해결책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휴전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중요하게 여기는 ‘분쟁의 근본 원인’ 해결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포기, 러시아 점령지 내 우크라이나군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랴브코프 차관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끝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와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분쟁을 둘러싼 협상에서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30일간 휴전안’을 사실상 거부한 뒤 추가 협상을 거쳐 30일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에만 동의했다. 또한 흑해 내 휴전에 합의했지만, 관련 제재 해제를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에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에게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합의 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벨로우소프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합의 위반 사항을 브리핑했으며, 이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흑해를 통한 안전한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협정 재개와 관련해 미국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구 접근, 정상적인 선적, 보험 관세 등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러시아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와 미국은 양국 대사관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양국 특사 간 만남이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 완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힘' 뺀 국군의 날? 이재명 정부, '간소화'로 던진 안보 메시지

 이재명 정부 첫 국군의 날 행사는 윤석열 정부와 달리 대폭 간소화된 모습으로 진행됐다. 2년 연속 서울 도심에서 열렸던 시가행진은 생략됐고, 병력, 장비, 예산도 작년보다 현저히 감소했다. 이는 군사력 강조보다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안보관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1일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건군 77주년 행사에는 998명의 병력이 참여, 지난해 5천여 명의 5분의 1 규모였다. K2전차, 무인잠수정, F-35A 등 장비 약 40종 100여 대가 참가해, 작년 83종 340여 대 대비 크게 줄었다. 예산도 작년 72억 원의 3분의 1 수준인 27억 원이 투입됐다. 행사기획단은 "간결하게 하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도심 시가행진의 생략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0년 만에 시가행진을 재개, 지난해에도 2년 연속 도심 시가행진을 벌이며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국민 참여를 독려했다. 통상 5년 주기 시가행진이 2년 연속 열린 것은 전두환 정권 이후 40년 만이었다. 기획단은 시가행진이 기획 단계부터 배제됐다고 설명했다.'국민과 함께하는 선진강국' 슬로건 아래 민군 통합 태권도 시범, 합동 전통악 공연이 진행됐다. 주요 부대 열병식, 회전익·고정익 편대비행, 블랙이글스 고난도 비행이 이어졌고, K9 자주포, K2 전차 등 주요 무기체계가 전시됐다.기념식에서는 '채상병 사건' 수사로 알려진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헌법적 가치 수호 유공으로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여받았다. 강병국 육군 상사, 김경철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소장), 박지원 공군본부 정책관리과장(대령) 등도 포상받았으며, 육군 제6보병사단 등 4개 부대도 대통령 부대표창을 받았다.올해 총지휘는 비육사 출신 최장식 육군 소장(학군 30기)이 맡아, 문재인 정부 이후 7년 만의 비육사 출신 제병지휘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