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4·2 재보선 '심판' 받은 국힘.."텃밭만 간신히 사수"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4·2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곳, 더불어민주당이 3곳, 조국혁신당이 1곳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 선거 전 국민의힘이 4곳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야권이 4곳을 가져가면서 균형이 완전히 뒤집혔다. 또한,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도 진보 성향의 후보가 승리하며 보수 진영의 패배가 두드러졌다.

 

이번 재보선은 서울 구로구청장, 충남 아산시장, 경북 김천시장, 경남 거제시장, 전남 담양군수 등 5곳의 기초단체장과 부산시교육감, 17곳의 지방의원을 포함한 총 23곳에서 치러졌다.

 

서울 구로구청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장인홍 후보가 56.0%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는 32.0%, 조국혁신당 서상범 후보는 7.36%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의 백지신탁 불복 사퇴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지 않았다. 충남 아산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오세현 후보가 57.5%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전만권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당선됐다. 아산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다시 우위를 점했다.

 

경남 거제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변광용 후보가 56.0%의 득표율로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거제시는 지난 4·10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연속 승리했던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탈환하며 민심 변화가 감지됐다. 경북 김천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배낙호 후보가 51.86%의 득표율을 얻으며 무소속 이창재 후보(26.98%), 민주당 황태성 후보(17.46%)를 꺾고 당선됐다.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는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가 51.82%의 득표율로 민주당 이재종 후보(48.17%)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는 조국혁신당 창당 이후 첫 지방자치단체장 배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담양을 방문해 지원 유세를 펼쳤음에도 패배한 점이 뼈아픈 결과로 남았다.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의 김석준 후보가 51.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반면 보수 성향의 정승윤 후보(40.2%)와 최윤홍 후보(8.7%)는 단일화에 실패하며 표가 분산된 것이 패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광역의원 재보선에서는 8곳 중 국민의힘이 4곳(대구 달서, 인천 강화, 충남 당진, 경남 창원마산회원), 민주당이 3곳(대전 유성, 경기 성남분당, 경기 군포)에서 승리했다. 경북 성주는 무소속 후보가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기초의원 재보선에서는 국민의힘이 2곳(경북 고령, 인천 강화), 민주당이 6곳(서울 중랑, 마포, 동작, 전남 광양, 담양, 경남 양산)에서 승리했고, 전남 고흥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치러진 만큼,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반면, 국민의힘은 텃밭인 TK 지역에서만 겨우 체면을 지켰다.

 

특히 부산시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패배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전한길 강사와 보수 기독교계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진보 후보가 승리한 것은 보수층 내부에서도 결집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호남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일부 지역에서 예상외의 패배를 당하며 조국혁신당과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담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승리한 것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의 경고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탄핵 정국에서 여당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연이어 패배한 점은 향후 총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당 역시 호남 지역에서 조국혁신당에 패배한 점을 고려하면 내부적으로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이 향후 정치 지형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정동영이 105세 노인에게 한 약속

 차가운 연말, 가족의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기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찾았다. 정 장관은 94세 이상의 고령 이산가족 중 기초생활수급자 100명을 대상으로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연하장과 소정의 위로물품을 전달하며 정부의 따뜻한 관심을 표했다. 이는 단순한 연말 인사를 넘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1세대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위로 방문의 정점은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105세의 김봉환 어르신 댁을 직접 찾은 것으로, 잊혀 가는 이산가족 문제의 현실을 직접 듣고 해결 의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정 장관을 맞이한 105세의 김봉환 어르신은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가슴속에만 묻어두었던 한평생의 염원을 어렵게 꺼내놓았다. 한국전쟁 당시 북녘의 고향에 부모와 형제자매를 모두 두고 온 그는, 이제 다시 만나는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죽기 전에 헤어진 동생들이 살아는 있는지, 그 생사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의 목소리에는 분단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깊고 아프게 할퀴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는 수많은 1세대 이산가족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마지막 소원이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절박해지는 인도적 현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김 어르신의 절박한 호소를 경청한 정동영 장관은 "대부분의 이산가족이 고령이신 만큼, 우리에게는 정말 시간이 없다"고 깊이 공감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히 위로의 말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방안을 총동원하여 이산가족의 생사확인과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최우선으로 다루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산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와 기대를 안겨주었다.통일부는 이러한 장관의 약속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함께 밝혔다. 매년 음력 8월 13일을 '이산가족의 날'로 기념하고, 이산가족 초청 위로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이산의 아픔을 위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남북 교류가 재개될 때를 대비해 유전자 검사 사업을 확대하고, 만날 수 없는 가족에게 마음이라도 전할 수 있도록 영상편지 제작 사업도 꾸준히 추진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이산가족 생애기록물 수집 및 디지털화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 이는 1세대 이산가족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들의 아픈 역사와 가족에 대한 기억을 디지털로 기록하고 영구히 보존하는 사업으로, 더 늦기 전에 분단의 비극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려는 정부의 다급한 노력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