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당신이 다니는 회사는 '천국'인가 '지옥'인가... 대기업 육아휴직 사용률 70배 차이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중 육아지원제도를 공시한 83개 기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기업 간 극심한 양극화가 드러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자 수 1위는 삼성전자로 무려 4,892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중 단연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기업은행(1,391명), LG디스플레이(1,299명), 한국전력공사(1,004명)가 뒤를 이었다. 특히 상위 4개 기업만이 육아휴직 사용자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5위부터 10위까지는 한국수력원자력(758명), SK하이닉스(756명), 현대자동차(639명), 국민은행(562명), 대한항공(547명), LG전자(534명)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두산밥캣은 육아휴직 사용자가 고작 5명에 그쳐 조사 대상 기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육아휴직 사용자 증가 폭을 살펴보면, 역시 삼성전자가 422명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전력공사(280명 증가), CJ제일제당(86명 증가), 우리은행(75명 증가), LG에너지솔루션(71명 증가)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은 육아휴직 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육아휴직 사용률 격차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80%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기록하며 3년 연속 80% 이상의 높은 사용률을 유지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77.3%),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72.9%), 기업은행(64.5%)도 상당히 높은 사용률을 보였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률이 고작 1.2%에 불과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수치가 3년 연속 1%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한온시스템(4.2%), 현대건설(6.7%), 현대엔지니어링(7.0%) 등도 10% 미만의 저조한 사용률을 기록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금융권과 유통업계가 상대적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반면, 건설·엔지니어링·중공업 분야는 사용률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종별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남성 중심적 조직 문화와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제도적 지원과 기업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SK에코플랜트와 같이 3년 연속 1%대의 극히 저조한 사용률을 보이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롯데쇼핑처럼 80%대의 높은 사용률을 유지하는 기업들의 사례는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 문화의 정착 정도가 천차만별이며,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일·가정 양립 문화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짜 휴일'의 민낯…내수 진작 효과는 '0', 정부의 민망한 성적표

 정부가 경기 부양과 국민 휴식권 보장을 명분으로 종종 지정했던 '임시공휴일'이 실제로는 내수 소비 증진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10월 10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최종 무산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는 임시공휴일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이 포함된 긴 연휴는 소비의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연휴 직전에 소비를 집중시키고 연휴 이후에는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키는 '기간 간 대체 효과'를 유발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임시공휴일이 있었던 과거 명절 기간의 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연휴 직전에는 소비가 평소보다 10% 이상 급증했지만 연휴가 끝난 뒤에는 되레 5~8% 감소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국 연휴 전후 약 4주간의 전체 카드 사용액을 합산해보면 임시공휴일이 없던 명절과 비교해 총소비 규모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하루의 영업일이 줄어드는 효과와 연휴 기간 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서로 상쇄된 결과로 풀이된다.특히 임시공휴일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해외여행의 급증이 지목됐다. 연휴가 길어질수록 국내에 머물며 소비하기보다는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소비로 상쇄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임시공휴일이 포함됐던 2025년 설 연휴 기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출국자 수를 기록하며, 외식 등 국내 대면 서비스 소비는 오히려 평소 명절보다 감소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물론 이번 연구는 분석 대상이 된 임시공휴일 사례가 많지 않고, 당시의 경제 여건이나 날씨 등 다른 변수들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했다는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연구를 진행한 조병수 차장 역시 "임시공휴일 지정의 효과에 대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임시공휴일=내수 활성화'라는 단순한 공식을 재고하고, 보다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의미가 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