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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초조함 폭발.."하루 만에 헌재법 개정안 7건 발의"

야권이 하루 만에 7건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헌재가 4월까지 결정을 미루면서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전에 선고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야권 내에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월 31일 하루 동안 발의된 개정안은 총 7건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제출했다. 이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총 33건의 헌재법 개정안 중 21%에 해당하는 규모로, 야권이 헌재의 구성과 재판 일정에 강한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권이 발의한 법안들은 헌재 재판부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헌재법 23조 1항은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퇴임 후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재는 6인 체제로 전환되며 심리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야권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 기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선출 3인과 대법원장 지명 3인에 대해서만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 몫의 3인에 대해서는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칙에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이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을 현 정권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 해석된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또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재판관 임기가 종료된 후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헌재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대립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김용민 의원의 법안은 발의 당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됐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심사 과정에서 집단 퇴장했다. 같은 날 법사위에선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도 대안 반영 형태로 법안심사1소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국회 선출 및 대법원장 지명 몫 재판관을 7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을 경우 자동 임명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법안소위를 통과했음에도 실제 입법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법사위 전체회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민주당 지도부도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결정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본회의 상정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헌재를 민주당의 하부 기관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독일 등 해외에서도 유사한 입법 사례가 있다”며 법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기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의회가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인을 겨냥한 입법으로 다수당의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사위 전체회의 및 국회 본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내 아기 품기도 전에..산모 사망, '무통주사'가 앗아간 생명

 출산을 앞둔 20대 산모가 대전의 한 산부인과에서 무통주사(경막외마취) 시술 직후 의식불명에 빠진 뒤 약 3주 만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지난달 11일, 대전경찰청은 대전 동구에 위치한 A산부인과 의원 원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의료사고를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비극적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사건은 지난 6월 15일 오후, 29세 산모 B씨가 진통을 느껴 남편과 함께 A산부인과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입원을 준비하던 B씨는 오후 5시 45분경 가족분만실에서 담당 원장으로부터 경막외마취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10분 만에 B씨는 극심한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산모의 활력 징후와 태아 심박동이 불안정하다고 판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고 B씨를 수술실로 옮겼다.하지만 B씨는 오후 6시경 수술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었고, 의료진은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급히 수술을 진행해 아이를 꺼냈다. 이후 27분간 심폐소생술과 기도 삽관 등 응급 처치가 이어졌지만, B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신생아는 신생아중환자실로 각각 이송됐다. 사고 당일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의무 기록지에 "심정지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의식 호전 가능성 매우 희박"이라는 소견을 남겨 산모의 위중한 상태를 짐작게 했다. 6분간 산소 호흡이 중단됐던 신생아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열흘 뒤 퇴원했지만, B씨는 연명치료를 받다 지난달 7일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유족 측은 무통주사 시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막외마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바늘이 경막을 뚫고 들어가 척추관 내 중추신경인 척수에 약물이 주입되는 '척추마취'가 잘못 이뤄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 시에는 약물 용량이 적고 강도 조절이 용이한 경막외마취를 시행한다. 반면 척추마취는 약물이 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짧은 시간에 강한 마취 효과를 내지만, 약물 용량을 소량만 투입해야 하는 등 매우 정교한 시술을 요한다. 이러한 유족의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국과수는 최근 유족에게 "경막외마취를 위해 삽입한 가는 관(카테터)이 경막 안으로 깊이 들어가 척추마취가 이뤄져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B씨가 이송되었던 대학병원 의무기록지에도 "타 병원(A의원)에서 환자에게 삽입한 카테터에서 뇌척수액으로 판단되는 맑은 액체가 발견됐다. 척추강 내 카테터가 삽입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의료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사건 당시 가족분만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응급 제왕절개가 진행된 수술실 CCTV 역시 녹화되지 않아 복도 영상만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수술실 CCTV는 환자나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응급 상황이라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A산부인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과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과실이 아니더라도 산모가 사망한 이상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와 의료진의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의료 과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