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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파크 '추락' 사고..창원시설공단, "NC랑 얘기해" 발뺌

 따스한 봄날,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닥친 것은 짜릿한 승리의 함성이 아닌 날벼락이 관중석을 덮쳤다. 

 

지난 29일 창원NC파크, LG와 NC의 경기가 한창이던 그 순간, 3루 측 벽면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한 구조물(루버)이 굉음과 함께 추락했다.

 

길이 2.6m, 폭 40cm. 무게를 짐작조차 하기 힘든 이 육중한 루버는 속절없이 관중석을 덮쳤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머리를 정통으로 맞은 관중은 곧바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쇄골이 부러지고, 다리에 외상을 입은 다른 관중들 역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NC 구단은 "피해자들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속한 시설 점검을 통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공기 순환을 위해 설치했다"는 창원시설공단(공단) 측의 설명은, 사고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안일한 변명으로 들린다. 굳이 그 위치에, 그 크기의 루버가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설계도를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창원NC파크는 창원시설관리공단이 관리 운영한다'는 명백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 측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추락한 루버가 점검 대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창원시, NC와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우리 공단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는 공단 관계자의 발언은, 이번 사고를 대하는 공단의 안일한 인식과 무책임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전'보다 '책임 회피'가 우선인 듯한 태도는, 피해자들과 야구팬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NC 구단은 31일부터 전문 업체를 통해 긴급 시설 점검에 들어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안전 불감증, 부실한 관리, 책임 회피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발생한 '인재(人災)'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창원NC파크에서 추락한 것은 루버만이 아니다. '안전'에 대한 믿음, 그리고 '책임'에 대한 기대 역시 함께 추락했다.

 

8연승 마감... 한화, 류현진 등판 경기서 롯데에 덜미

 뜨거웠던 한화 이글스의 연승 행진이 9부 능선에서 멈춰 섰다. 한화는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경기 중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5로 역전패하며 파죽의 8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구단 역대 최다 선발승 신기록을 세우며 기세를 올리던 한화로서는 9연승이라는 또 다른 대기록 달성 문턱에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이날 한화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을 앞세워 9연승이자 선발 9연승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에 도전했다. 류현진은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명불허전의 피칭을 선보이며 경기를 지배했다. 타선 역시 2회초 심우준의 천금 같은 내야 안타와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선취하며 에이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3-0의 리드를 잡은 한화는 순조롭게 9연승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하지만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4회 솔로 홈런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문제는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는 사이, 6회말 롯데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내준 것이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황성빈과 윤동희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2, 3루의 위기에 몰렸다.여기서 한화 벤치는 고심 끝에 다음 타자 레이예스를 고의4구로 거르는 작전을 선택했다. 류현진에게 유독 강했던 레이예스의 상대 전적(11타수 6안타, 타율 0.545)을 고려한, 데이터에 기반한 타당한 선택이었다. 만루가 되며 부담은 커졌지만, 다음 타자 나승엽은 이날 류현진에게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었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승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갈렸다. 류현진의 초구 체인지업을 받아친 나승엽의 타구가 1루수 채은성 앞쪽으로 느리게 굴러갔다. 1루수 채은성이 몸을 날려 타구를 잡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글러브 위를 맞고 뒤로 흘렀다. 그 사이 3루 주자와 2루 주자가 모두 홈을 파고들며 경기는 순식간에 3-3 원점이 됐다.결정적인 수비 미스가 동점을 허용한 후, 류현진은 계속된 1사 1, 3루 위기에서 전준우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 주자의 득점을 막지 못하며 결국 3-4 역전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6이닝 4실점(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되며 아쉬움을 삼켰다.류현진의 호투와 벤치의 전략적인 판단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 나온 수비 실책 하나가 9연승 대기록 달성의 꿈을 날려버린 뼈아픈 패배였다.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며 한화 선수단과 팬들은 큰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아쉬운 패배로 연승을 마감한 한화는 이제 대전 홈으로 돌아와 KT 위즈와 3연전을 치르며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