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최악 산불 터져도 추경 예산 싸움만 하는 정치권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가 정치권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시급한 현안을 고려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추경 편성의 책임을 국회에 넘기고 있다. 기획재정부 강영규 대변인은 "국정협의회를 통해 여야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혼선을 피하고 신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서는 정치권의 합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으나,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여야 간 추경 논의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12.3 내란 사태로 경제가 위축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과 지원 방식에 대한 이견이 크다. 하지만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계기로 여당도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재난 대응을 위한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예산을 삭감하면서 목적 예비비가 대폭 줄어든 상황"이라며 "산불 대응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미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에 관련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2025년 정부예산안에서도 예비비는 절반으로 삭감됐으며, 교육 관련 예산이 우선 배정되면서 재난 대응 예산이 부족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선제적으로 예산을 활용하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면서 추경 편성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산불 피해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비가 부족한지 확정하기 어렵다"며 "기존 예산을 최대한 활용해 긴급 대응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추경의 핵심은 '규모'보다 '시점'이다. 통상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는 데 2~3주가 걸리고, 국회 심의를 포함하면 실제 집행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신속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피해 복구 지원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야 대립 속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여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추경 편성이 지연될 경우 조기 대선 국면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정치권이 추경 검토에 집중할 여유가 없으며, 행정부 역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후 정책 방향에 맞춰 추경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제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논의가 늦어지면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산불 피해까지 겹쳐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선 시기에는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추경 규모를 놓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증액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오히려 국회 통과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내수 부진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며, 12.3 계엄 이후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추경은 속도가 핵심이며, 지금 상황에서는 대선 이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신속한 민생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대립이 지속되는 한, 추경 편성 논의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존 세입자'는 갱신으로 안도, '신규 세입자'는 매물 찾아 삼만리… 갈라진 임대차 시장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신규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자들은 급감한 매물과 치솟은 호가에 발을 동동 구르는 반면,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거 안정에 나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갭투자를 억제하려던 정책이 전세 공급 자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왜곡과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가중이라는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책 시행 이후인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총 8만 9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감소했다. 특히 신규 계약은 5만 5368건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8.6%라는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30.4%)과 경기(-33.4%) 등 수도권의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다주택자들이 전세 공급을 꺼리면서 나타난 직접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갱신 계약은 3만 3852건으로 23.7% 급증했으며, 이 중 임차인이 법적 권리인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1만 7477건으로 무려 83.2%나 폭증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자,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집을 구하는 대신 현재 거주지에 머무르는 것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신규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 간의 '가격 격차'는 이러한 시장의 이중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서울의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에서 체결된 계약을 비교한 결과, 신규 계약의 평균 전셋값은 6억 3716만원으로 갱신 계약 평균가(5억 8980만원)보다 4736만원, 비율로는 8.7%나 더 높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가격 차이가 1.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신규 세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입장료'가 엄청나게 비싸진 셈이다. 어렵게 전세 매물을 찾아도 이미 크게 오른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은 결국 월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계약은 8만 261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하며 전세 시장의 위축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높은 전셋값과 매물 부족에 지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전문가는 "정부 대책이 전세 시장의 공급 부족과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법적 권리로 주거를 연장하는 기존 세입자와 높은 비용을 치르고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고착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