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시민들, 애쓰는 소방관 위한 깜짝 기부 릴레이

경북 의성을 비롯한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대원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길과 싸우는 소방관들을 위해 지역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숙소와 음식, 기부금을 제공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북 의성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30대 여성 A씨가 자신의 펜션을 소방대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A씨는 "밤낮으로 고생 중인 소방대원님들을 위해 숙소 안에 일회용 칫솔과 치약, 간단한 식사도 준비했다. 편하게 쉬다 가시라"며 펜션의 위치와 출입 비밀번호를 공개했다. 또한 "의성 옥산면에서 산불 진화에 힘쓰시는 소방대원님들이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전했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컵밥과 라면, 깨끗한 침구류 등이 준비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정말 선한 영향력이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세상이 따뜻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A씨는 "우리 마을 주민들도 힘닿는 데까지 소방관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길이 번진 안동에서는 한 40대 여성 B씨가 편의점 선결제를 통해 소방대원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아무 편의점이나 선결제한 뒤 필요한 분들께 나눠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편의점 사장님도 흔쾌히 동참해 주셨다"고 전했다. "큰 기부가 아니더라도 생수 10병씩만 사서 보내주면 금세 몇천 병이 모일 것"이라며 다른 이들의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재민을 위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안동의 한 호텔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고령층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 걱정이다. 피난처가 마땅치 않은 분들을 위해 객실을 제공할 예정이니 편하게 연락주시기 바란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편,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목숨을 걸고 진화에 나서는 소방관들을 위한 기부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기준 네이버 해피빈 모금 플랫폼에 개설된 '소방관과 산불진화대원의 보호장비 지원을 위한 모금 사업'에는 11억 원이 넘는 기부금이 모였다. 이를 주관하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소방관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할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기부를 독려했다. 특히 산불 현장에서 사용되는 방화복과 장갑이 유독물질과 발암물질에 오염되지만, 방화복 전용 세탁시설이 부족해 오염된 장비를 재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로 지적됐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방화복을 제대로 세탁하지 못하는 단순한 이유로 수많은 소방관들이 암과 폐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기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면서 모금 목표액은 20억 원까지 상향 조정됐다.

 

이러한 자발적인 지원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강원도 고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지역 주민들과 기업들이 소방관들을 위해 무료 숙소를 제공하고, 음식과 생필품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한 편의점 사장은 자신의 가게를 개방해 소방관들이 무료로 물과 음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으며, 지역 주민들은 김밥과 주먹밥을 만들어 전달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도움을 줬다.

 

이번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 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된 뒤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확산됐다. 닷새째 불길을 잡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강풍 등의 영향으로 진화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26일 오후 의성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수행하던 강원도 임차 S-76B 중형 헬기가 추락해 박현우 기장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의성군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분향소를 설치하고 오는 29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소방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따뜻한 연대가 더해지면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자 지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이러한 움직임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은메달 이제 그만’ 정재원, 3관왕 찢고 밀라노 접수 예고

 더 이상 그를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로 기억하는 이는 없다. 앳된 얼굴로 형들의 뒤를 밀어주던 10대 소년은 이제 한국 빙속의 명운을 짊어진 거인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그는 보란 듯이 태릉의 빙판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정재원의 이야기다. 그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목전에 둔 최종 리허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금빛 전망을 밝혔다.정재원은 지난 14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1500m에서 1분47초5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대회 신기록이었다. 앞서 매스스타트와 5000m를 제패했던 정재원은 이로써 대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국내 무대에 적수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이번 3관왕이 주는 함의는 남다르다. 장거리 간판인 그가 중장거리인 1500m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보여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올림픽 매스스타트의 트렌드는 지구력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마지막 바퀴에서 순위를 결정짓는 막판 스퍼트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한 파워와 단거리 선수 못지않은 스피드가 필수적이다. 정재원은 이번 대회 신기록을 통해 자신의 몸 상태가 이미 80에서 90%를 넘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성적으로 증명해 보였다. 정재원의 올림픽 이력서는 화려하면서도 한편으론 아리다. 고교생 신분으로 나선 2018 평창 대회 팀 추월 은메달, 그리고 2022 베이징 대회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대회 연속으로 세계 정상급 기량을 증명했지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향한 갈증은 여전히 그의 가슴 속에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앳된 소년에서 한국 빙속의 에이스로 거듭난 그에게 이제 남은 목표는 오직 하나, 시상대 맨 위에서 애국가를 듣는 것이다.그는 이번 밀라노 올림픽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여러 종목에 힘을 분산하는 대신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는 23일 열리는 ISU 월드컵 5차 대회마저 과감히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눈앞의 월드컵 랭킹 포인트보다 올림픽 당일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한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그만큼 그가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자세가 얼마나 진지하고 절실한지를 보여준다.세계 무대의 장벽은 여전히 높다. 요릿 베르흐스마, 바르트 스빙스, 조던 스톨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세계적인 강호들이 정재원의 앞길을 가로막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재원은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 또한 지난 월드컵 때보다 훨씬 더 성장했다며 그들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두 번의 올림픽을 경험하며 쌓은 노련미와 최전성기에 접어든 체력이 그의 든든한 무기다. 이번 올림픽이 정재원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맞이하는 첫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백년가약을 맺은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달린다. 묵묵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아내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목에 걸어주고 싶다는 로맨틱하면서도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가족의 응원은 그를 더욱 강한 전사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올해 24세가 된 정재원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신체 능력이 만개하는 최전성기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대 시절의 패기와 20대의 노련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시점이다. 경험은 무르익었고 체력은 완성됐으며 멘탈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해졌다. 빙판 위에서 수만 번의 날을 갈아온 노력이 이제 결실을 볼 때가 왔다.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재원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판 위를 누구보다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두 번의 은메달로 충분한 예열을 마친 빙속 천재가 이제는 진정한 빙속 황제로 등극할 시간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오는 2월 밀라노에서 울려 퍼질 정재원의 승전보와 기쁨의 포효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그가 그려낼 금빛 레이스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