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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 외침, 헌법재판관 집 앞까지…'1인 시위' 가면 쓴 압박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서 유일하게 파면 의견을 낸 정계선 헌법재판관의 자택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져 사법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헌법재판소가 한 총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직후, 윤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은 서울 강남에 있는 정 재판관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탄핵 무효", "정계선 사퇴" 등의 구호를 외치며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사실상 집단 시위나 다름없었다. 1인 시위는 경찰 신고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헌재 결정 3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온라인에는 정 재판관의 주소가 '파묘'되어 공유됐다.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에서는 정 재판관 집 앞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글과 영상이 쏟아졌다. 한 유튜버는 정 재판관 집 앞에서 붉은 경광봉과 태극기를 흔들며 "인용수괴 정계선"을 외치기도 했다. 경찰이 출동해 주의를 줬지만 소용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정 재판관 집 앞 건물 관리인은 "우리 건물 화장실이 공용 화장실이 돼서 청소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정 재판관 거주 건물 관리인은 "주변이 학원가라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26일에도 집회를 예고했다. 경찰은 "보행 도로가 좁아 사람이 몰리면 폴리스라인 등으로 통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정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과 음모론도 확산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텔레그램 등에서는 정 재판관을 조롱하는 합성어와 함께 '간첩', '빨갱이' 등의 표현이 난무한다.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면서 재판관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탄핵 찬반 양측 모두 재판관을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정형식 재판관 역시 "파시스트", "쫄보" 등의 비난을 받고 있으며, 지난 1월에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택 주소가 공개돼 2개월간 사퇴 촉구 시위에 시달렸다.

 

전문가들은 재판관을 압박하는 집회와 온라인 공격이 사법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러한 행동은 사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1인 시위를 주장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다중의 위력으로 위협을 가한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표현에 따라 모욕죄,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 돈 한 푼 없이 800채 매입…‘무자본 갭투자’ 일삼은 일가족의 몰락

 수백 명의 임차인에게서 7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정모 씨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담보로 한 악질적인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범행에 가담한 그의 아내와 아들 역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며, 가족 전체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로써 2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이들 일가족의 범행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주범 정 씨 부부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본인들과 임대법인 명의를 동원해 수원시 일대의 주택 약 800세대를 사들였다.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매입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은 임차인 50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총 760억 원을 편취했다.아들 정 씨의 역할은 범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고리였다. 감정평가사였던 그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임대할 건물의 시세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감정평가했다. 부풀려진 시세는 새로운 임차인을 속여 더 높은 보증금을 받아내거나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데 활용됐다. 그는 2023년 4월부터는 아예 임대업체 소장으로 근무하며 직접 전면에 나서 30여 명을 상대로 4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앞선 1심 재판부는 주범 정 씨에 대해 “피고인에게 준법의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선고했다. 범행 수법의 악랄함, 피해 규모의 심각성, 범행 후 반성 없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지난 5월 열린 2심에서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정 씨 부자의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기도 했다. 다만 아들 정 씨의 일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는 등 일부 판단이 변경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인 대규모 사기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과 중형의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결국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기나긴 법정 다툼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 및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정 씨 일당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범행을 계속했으며(미필적 고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범죄에 함께 책임이 있다(공동정범)는 하급심의 판단이 정당했음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