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덕대왕신종 울림에 소름! 국립중앙박물관 '공간_사이' 가보니

 국립중앙박물관이 새로운 감각 전시실 ‘공간_사이’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유물 감상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으로 깊고 은은한 울림을 전하는 국보 ‘성덕대왕신종’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시각·청각·촉각을 활용해 유물을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_사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3층, 청자실과 금속공예실 사이에 위치해 있다. 금속공예실의 주요 전시품인 한국의 범종 소리와 울림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전시 공간은 다양한 세대와 국적, 장애 유무, 박물관 경험 정도가 서로 다른 관람객들을 하나로 잇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성덕대왕신종의 깊고 은은한 소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중앙에는 높이 4m, 폭 4m 크기의 대형 LED 화면이 설치되어 있어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특징인 ‘맥놀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맥놀이는 소리의 강약이 반복되며 길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현상으로, 성덕대왕신종 소리의 핵심적인 매력 중 하나다. 관람객들은 이 화면을 통해 소리의 물리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시실에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청음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이 의자는 소리의 압력을 전달하는 진동기 기계를 통해 관람객이 몸으로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소리를 몸으로 체험하며 성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촉각적 체험도 전시의 중요한 요소다. 전시실에는 성덕대왕신종을 축소한 모형과 범종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인 구리와 주석 등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이로써 관람객은 범종 제작 과정과 재료의 특성을 직접 체험하며 한국 전통 공예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실은 다양한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한국 수어와 음성 해설, 큰 글씨와 영어 번역이 함께 제공되어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전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수어 작업에는 변강석 강남대 수화언어통번역학과 초빙교수와 그의 팀 ‘수어민들레’가 참여해 전문성을 더했다. 음성 해설은 애니메이션 ‘세일러문’과 영화 ‘타이타닉’의 목소리로 잘 알려진 최덕희 성우가 맡아 관람객들에게 친숙한 목소리로 전시 내용을 전달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다양한 관람객이 전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모두가 함께하는 박물관’을 만들려는 방향성이 이번 전시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람객이 오감을 통해 유물의 본질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성덕대왕신종의 깊은 울림과 한국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_사이’는 박물관 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지갑도, 발길도 '꽁꽁'…봄과 함께 사라진 400만명, 지역 경제 '직격탄'

 올해 1분기,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인구감소지역에서 무려 4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졌다. 겨우 살아나나 싶던 지역 경제에 다시 한번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는 이처럼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생활인구란 단순히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사람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이상, 하루 3시간 넘게 지역에 머무는 사실상의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지표다.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번 결과는 오히려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례적인 자연 현상이 꼽힌다. 예년보다 길어진 꽃샘추위 탓에 봄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상춘객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설상가상으로 경북과 경남, 울산 등지를 휩쓴 역대급 대형 산불이 결정타를 날렸다. 화마가 휩쓸고 간 지역은 물론, 인접 지역까지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3월 한 달간 야외 활동 인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포함되면서 2월과 3월의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는 통계적 착시까지 더해졌다.실제로 데이터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월에는 설 연휴 효과로 생활인구가 전년보다 303만 명 늘며 반짝 희망을 보였지만, 2월에는 무려 565만 명이, 3월에는 136만 명이 줄어들며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의 증가분을 모두 반납하고도 모자라, 1분기 전체로는 총 398만 명의 생활인구가 증발해버린 셈이다.특히 산불의 영향은 뚜렷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산수유 축제 등으로 방문객이 몰렸던 전남 구례의 경우, 올해는 인접한 하동 지역의 대형 산불 여파로 방문객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산불이 직접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의 공포가 지역 관광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렇게 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관광이나 휴양을 목적으로 짧게 머무는 '단기숙박형' 인구는 30세 미만 여성의 비중이 높았고, 출퇴근이나 통학을 위한 방문은 30~50대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은 약 12만 2천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방문객 400만 명이 사라졌다는 것은 지역 상권의 매출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었음을 의미한다.결국 이번 통계는 인구감소지역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외부 충격, 특히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지갑이 닫히면서, 소멸 위기 지역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