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한국, 美 ‘블랙리스트’ 후폭풍에 여야 정면 충돌

여야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임기 말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SCL)'에 포함한 것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해 정부의 대미 외교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핵 보유 주장 때문이라고 반박하며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동욱 대변인은 "민감국가 지정이 된 지난 1월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지금까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시기"라며 "정부의 대미 외교력과 교섭력을 무력화시킨 부분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핵무장론을 원인으로 보고 있으나 이는 섣부른 해석"이라며 "핵무장은 단순히 민감국가 지정에만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1994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후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에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정부와 협의해 외교적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탄핵 주도 세력이 집권하면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AI, 선박,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중국 등 적성국가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민감국가 지정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외교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2년간 한미동맹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돼 왔지만, 이번 사태로 처음으로 격하됐다"며 "이는 윤 대통령과 여권의 핵 보유 주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근거 없는 핵무장론을 펼쳐 한미동맹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이제 와서 이를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본말을 전도한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내란 세력이 재기를 꿈꾸면서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 경제가 모두 무너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파면만이 대한민국이 정상화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보호하려는 국민의힘이 더 이상 대한민국을 망가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핵 보유 관련 발언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군통수권자가 직접 핵무장론을 거론한 것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정략적 탄핵이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법적 근거 없이 국무총리를 탄핵해 국가 핵심 기관이 마비됐다"며 "그 결과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적절한 외교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덕수 총리는 한미 통상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했지만, 민주당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돼 경제·통상 현안 대응이 지연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외교 실패가 원인"이라며 "이를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조승래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핵무장론을 언급해 외교적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이제 와서 민주당 탓을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번 사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이 외교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의 핵무장론이 문제라고 반격했다. 이번 논란이 향후 한미 관계와 국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재명, 당 대표직 던지고 대권 직행.."본격 대권 승부"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오는 9일께 당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 일정이 확정되는 것과 맞물린 결정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오는 8일 국무회의에서 대선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대선일 확정 직후 사퇴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일 지정 이튿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사퇴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선 경선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선일이 확정되는 당일에 곧바로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의 사퇴 후에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민주당은 이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대표는 경선 후보 등록을 전후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계획이다.이 대표는 현재 당내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굳힌 상태다. 이에 따라 경선 과정에서도 본선을 염두에 둔 중도 확장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회복과 성장’, ‘잘사니즘’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책 메시지를 조율하며 민생과 외교 정책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한편, 이 대표의 독주 체제에 도전하는 비이재명(비명)계 주자들도 속속 출마를 준비 중이다. 비명계 주자 중 김두관 전 의원이 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며, 이는 민주당 내 첫 출마 선언이 될 전망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김동연 경기지사 역시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불출마설이 돌았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심하고 있으며, 전재수 의원 역시 경선 도전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박용진 전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주요 비명계 인사들은 아직 출마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비명계의 최대 과제는 이 대표의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 있느냐다. 이 대표가 최근 공직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워진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전원일치 파면 결정으로 이 대표를 향한 지지세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비명계 주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비명계 일각에서는 범진보 세력 간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며 단일 후보 선출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민주당은 촉박한 조기 대선 일정상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달 안에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는 목표 아래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이번 주 내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한 당 관계자는 "선관위는 이번 주 안에는 반드시 출범할 예정이며, 선관위원장으로 중립적 이미지의 4선 중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선관위원장 후보로는 윤후덕, 남인순, 민홍철, 이춘석, 한정애, 진선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한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퇴 결정과 민주당 경선 흐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는 당 대표로서 검찰 수사를 피하고, 결국 대선에 출마하는 전략을 써왔다"며 "이제는 조기 대선 국면을 이용해 본인의 대권 가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인사는 "이 대표가 강조하는 ‘회복과 성장’은 결국 포퓰리즘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내부 계파 갈등 속에서도 결국 이 대표를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경선을 형식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이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오로지 이 대표만을 위한 대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공정한 경선 절차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민주당이 빠르게 경선 일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국민적 검증 없이 밀어붙이는 대선 일정은 결국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야당이 일방적으로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처럼 이 대표의 사퇴와 민주당 경선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조기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