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속세가 발목 잡았다..락앤락·쓰리세븐의 몰락, 강소기업의 눈물

 '밀폐용기=락앤락'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던 락앤락, 33년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었던 세계 1위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777). 탄탄대로를 달리던 이들 기업이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감당하기 힘든 '상속세' 때문이었다. 국내 1위 밀폐용기 업체였던 락앤락은 2017년 창업주 김준일 회장이 4000억 원이 넘는 상속세 부담 때문에 회사를 사모펀드에 넘겼다. 이후 락앤락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홍콩계 사모펀드는 수익성을 위해 국내외 공장을 매각하고, 생산을 중국 기업에 위탁했다. 소비자들은 중국 OEM 제품에 실망했고, 매출은 2021년 5430억 원에서 3년 만에 38%나 급감, 급기야 작년에는 자진 상장폐지까지 했다.

 

쓰리세븐 역시 1975년 설립 이후 33년간 흑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2008년 창업주 별세 후 150억 원의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제약 업체에 지분을 팔았다. 이후 회사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며 실적이 악화, 2003년 300억 원이던 매출은 2023년 160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처럼 국내 대표 중소·중견기업 중에는 높은 상속세율을 감당하기 어려워 가업을 포기하거나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탄탄한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상속 과정에서 위기를 겪거나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역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인 799명 중 42.2%가 "상속세 문제로 가업 승계 대신 매각이나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국내 중소기업인 절반가량이 과도한 상속세 부담에 가업 승계를 고민하는 것이다.

 


국내 최대 가구·인테리어 업체 한샘도 창업주 조창걸 전 명예회장의 직계 가족 중 경영 후계자가 없고,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2021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매각 이듬해 적자를 냈고, 2023년 흑자 전환했지만, 매출은 매각 이전보다 감소했다.

 

한때 세계 1위 콘돔 생산업체였던 유니더스 역시 상속세 때문에 회사가 매각된 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2015년 창업주 별세 후 경영권이 사모펀드에 넘어갔고, 이후 여러 차례 사명을 바꾸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중소기업계에서는 "상속세 때문에 기술력 있는 업체들이 승계 과정에서 무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1980, 90년대 창업한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상속 시점에 와 있다"라며 "지금 상속세를 개정하지 않으면 강소기업 상당수가 해외에 팔리거나 사모펀드로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 혈세로 받은 '424만원' 보너스…"마음 무겁고 송구하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보낸 의원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의원들의 통장에는 두둑한 명절 휴가비가 입금됐다. 추석을 앞두고 의원 1인당 지급된 금액은 424만 7,940원.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명절 상여금'에 한 국회의원이 무거운 마음을 드러내며 또다시 전액 기부를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자신의 통장에 찍힌 숫자를 공개하며 "마음이 무겁고 송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받는 돈에 불편함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추석과 올해 설에도 그는 명절 휴가비를 받으며 느낀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고 이를 이웃과 나누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보너스를 마냥 기쁘게 받을 수만은 없는 그의 고백은, 반복되는 정치권의 특권 논란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김 의원의 이러한 불편함은 그가 국회에 입성한 초선 시절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한민국을 휩쓸던 참담한 시기, 수십 명의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현실을 눈앞에서 목도하면서, 세금으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그는 고백한다. 모두가 고통받는 현실 속에서 안정적인 세비를 받는 것에서 오는 미안함과 책임감은, 그로 하여금 의원이 된 첫해부터 세비 일부를 꾸준히 기부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국민의 혈세'를 외치며 예산을 심사하는 장본인으로서, 정작 자신의 특권에는 침묵할 수 없다는 양심의 목소리였던 셈이다.그의 비판은 단순히 개인적인 소회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의 부끄러운 민낯을 향한다.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심사하며 '국민 혈세'의 소중함을 부르짖지만, 정작 그 돈이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털어 만드는 '빚 폭탄'이라는 사실에는 눈감은 채 마구잡이로 퍼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현실에 그는 절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출판기념회를 열고, 자녀의 결혼 청첩장에 계좌번호는 물론 카드 결제 링크까지 버젓이 넣는 일부 정치인들의 뻔뻔한 행태를 꼬집으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민생'을 외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냐고 강하게 반문했다.결국 정치는 '책임'과 '염치'의 문제라고 그는 강조한다. 정치인 스스로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일을 줄이고,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회도, 대한민국 정치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명절 휴가비 역시 전액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으며 "그래도 내 삶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인 그의 말은, 많은 정치인에게 울림을 준다. 국회의원 명절 휴가비는 일반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월 봉급액의 60%가 지급되며 지난 10년간 약 10%가 올랐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이러한 특권과 관행을 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만이 대한민국 정치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그의 조용한 실천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