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몽글몽글 그림체 맛집' 에미 쿠라야, 서울 4년 만에 전시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소녀, 그 안에 숨겨진 감정의 파동을 느껴보세요."

 

일본 현대미술의 신성, 에미 쿠라야의 개인전 '해피 버니'가 갤러리 페로탕 서울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4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애니메이션적 요소를 회화에 녹여내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 쿠라야.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회화와 드로잉을 통해 더욱 깊어진 작가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만화적 상상력과 섬세한 회화 기법의 조화는 인물 내면의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쿠라야 작품의 주인공은 대부분 어린 소녀다. (때로는 소년이 등장하기도 한다.)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도쿄와 그 주변 도시의 풍경은 잔잔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객을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이끈다.

 

작품 속 소녀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듯 보인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순수함이 묻어나는 커다란 눈, 그리고 작게 표현된 입. 어쩌면 내성적이고 조용한 작가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쿠라야의 소녀들은 마치 현실 세계에 등장한 만화 캐릭터 같다. 이들은 독특한 존재감으로 관람객을 사로잡고, 사춘기 시절의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주도한 '슈퍼플랫'의 영향을 받았지만, 흐릿한 윤곽선과 구체적인 장소 배경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또한,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기쁨, 슬픔, 외로움, 수줍음, 무력감... 소녀 시절 누구나 겪었을 법한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도시 속 일상적인 캐릭터에 투영했어요. 의상, 색감, 취향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관람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에미 쿠라야는 일본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도쿄 타마미술대학 졸업 후 서울, 상하이, 파리,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개인전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2018년부터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아트 소사이어티 '카이카이키키'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지갑도, 발길도 '꽁꽁'…봄과 함께 사라진 400만명, 지역 경제 '직격탄'

 올해 1분기,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인구감소지역에서 무려 4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발길이 사라졌다. 겨우 살아나나 싶던 지역 경제에 다시 한번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는 이처럼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생활인구란 단순히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사람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이상, 하루 3시간 넘게 지역에 머무는 사실상의 인구를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지표다. 지역의 실질적인 활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번 결과는 오히려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례적인 자연 현상이 꼽힌다. 예년보다 길어진 꽃샘추위 탓에 봄꽃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상춘객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설상가상으로 경북과 경남, 울산 등지를 휩쓴 역대급 대형 산불이 결정타를 날렸다. 화마가 휩쓸고 간 지역은 물론, 인접 지역까지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3월 한 달간 야외 활동 인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작년과 달리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포함되면서 2월과 3월의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는 통계적 착시까지 더해졌다.실제로 데이터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월에는 설 연휴 효과로 생활인구가 전년보다 303만 명 늘며 반짝 희망을 보였지만, 2월에는 무려 565만 명이, 3월에는 136만 명이 줄어들며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1월의 증가분을 모두 반납하고도 모자라, 1분기 전체로는 총 398만 명의 생활인구가 증발해버린 셈이다.특히 산불의 영향은 뚜렷했다. 지난해 3월에는 산수유 축제 등으로 방문객이 몰렸던 전남 구례의 경우, 올해는 인접한 하동 지역의 대형 산불 여파로 방문객이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산불이 직접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난의 공포가 지역 관광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렇게 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관광이나 휴양을 목적으로 짧게 머무는 '단기숙박형' 인구는 30세 미만 여성의 비중이 높았고, 출퇴근이나 통학을 위한 방문은 30~50대 남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의 1인당 평균 카드 사용액은 약 12만 2천 원으로 집계되었는데, 방문객 400만 명이 사라졌다는 것은 지역 상권의 매출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었음을 의미한다.결국 이번 통계는 인구감소지역이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외부 충격, 특히 기후 변화와 자연재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지갑이 닫히면서, 소멸 위기 지역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