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도권 쥔 러시아, 30일 휴전 합의.."이제 푸틴 손에 달렸다"

2025년 3월 11일,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회담에서 30일 휴전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군사적 후퇴와 외교적 고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로,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휴전안은 미국이 제시한 전선 전체를 포함하는 휴전으로, 우크라이나가 처음 제시한 공중전과 해상전의 부분 휴전보다 확장된 내용이다. 이 휴전 기간은 30일로 설정되었지만, 양측의 합의에 따라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번 휴전안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심각한 군사적 상황이 있다. 2024년부터 러시아의 대공세가 계속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 큰 후퇴를 겪었고, 그동안 미국의 무기와 정보 지원이 중단되면서 군사적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우크라이나는 점령했던 쿠르스크 지역의 3분의 2를 러시아에 내주며, 전황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를 통해 휴전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사실상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에 넘긴 결과였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이번 휴전안이 군사적 후퇴를 멈추고 일시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하지만 동시에, 휴전안에 안보 보장이 명확히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에게 큰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협력에서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 휴전안에 동의했지만,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이번 휴전안을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고, 이후 러시아가 화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협상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안보와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의 균열을 피하고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 휴전안에 동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평가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실질적인 안보 보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러시아는 이번 휴전 제안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2025년 3월 12일,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는 "휴전은 러시아가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하며, 외부의 제안이나 압력보다는 자국 내에서의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녀는 "러시아는 이 문제에 대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국의 이익에 맞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결에서 러시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타협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은 미국의 조건에 따를 수 없다"며 모든 협상은 러시아의 조건 하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러시아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수용할 가능성을 낮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자국의 입장과 이익을 최우선시하며,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휴전안이 실현되려면 러시아의 수용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다시 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안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일시적인 전쟁 중단을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휴전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자국의 조건에 맞는 협상만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30일 휴전안은 국제 정치에서의 힘의 논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향후 협상과 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휴전안을 통해 일시적인 평화를 얻을 수 있더라도, 그 이후의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보장은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이다.

 

 

 

내 아기 품기도 전에..산모 사망, '무통주사'가 앗아간 생명

 출산을 앞둔 20대 산모가 대전의 한 산부인과에서 무통주사(경막외마취) 시술 직후 의식불명에 빠진 뒤 약 3주 만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지난달 11일, 대전경찰청은 대전 동구에 위치한 A산부인과 의원 원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의료사고를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비극적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사건은 지난 6월 15일 오후, 29세 산모 B씨가 진통을 느껴 남편과 함께 A산부인과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입원을 준비하던 B씨는 오후 5시 45분경 가족분만실에서 담당 원장으로부터 경막외마취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10분 만에 B씨는 극심한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산모의 활력 징후와 태아 심박동이 불안정하다고 판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고 B씨를 수술실로 옮겼다.하지만 B씨는 오후 6시경 수술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었고, 의료진은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급히 수술을 진행해 아이를 꺼냈다. 이후 27분간 심폐소생술과 기도 삽관 등 응급 처치가 이어졌지만, B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신생아는 신생아중환자실로 각각 이송됐다. 사고 당일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의무 기록지에 "심정지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의식 호전 가능성 매우 희박"이라는 소견을 남겨 산모의 위중한 상태를 짐작게 했다. 6분간 산소 호흡이 중단됐던 신생아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열흘 뒤 퇴원했지만, B씨는 연명치료를 받다 지난달 7일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유족 측은 무통주사 시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막외마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바늘이 경막을 뚫고 들어가 척추관 내 중추신경인 척수에 약물이 주입되는 '척추마취'가 잘못 이뤄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 시에는 약물 용량이 적고 강도 조절이 용이한 경막외마취를 시행한다. 반면 척추마취는 약물이 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짧은 시간에 강한 마취 효과를 내지만, 약물 용량을 소량만 투입해야 하는 등 매우 정교한 시술을 요한다. 이러한 유족의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국과수는 최근 유족에게 "경막외마취를 위해 삽입한 가는 관(카테터)이 경막 안으로 깊이 들어가 척추마취가 이뤄져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B씨가 이송되었던 대학병원 의무기록지에도 "타 병원(A의원)에서 환자에게 삽입한 카테터에서 뇌척수액으로 판단되는 맑은 액체가 발견됐다. 척추강 내 카테터가 삽입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의료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사건 당시 가족분만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응급 제왕절개가 진행된 수술실 CCTV 역시 녹화되지 않아 복도 영상만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수술실 CCTV는 환자나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응급 상황이라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A산부인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과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과실이 아니더라도 산모가 사망한 이상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와 의료진의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의료 과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