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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헌재 압박 안 한다’더니 릴레이 시위 돌입

국민의힘 소속 의원 82명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각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여당 지도부가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의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여당이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원서 제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탄핵심판 사건이 본래의 동일성을 상실했다"며 "헌재는 이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입증할 충분하고 신빙성 있는 증거가 없다"면서 "설령 계엄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의회 독재를 행하는 상황을 고려해 기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으로 적법 절차가 중요하게 부각됐다"며 "대통령 탄핵심판과 내란 관련 형사재판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적법 절차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는 윤 대통령이 낸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은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러한 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삼아 헌재에서도 탄핵심판을 기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탄원서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중 82명이 서명했다. 다만,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이양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지도부가 직접적인 개입을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지도부의 공식적인 방침과도 어긋나는 행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하루 전인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 지도부는 장외 투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민주당처럼 헌재를 압박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당 소속 의원 82명이 탄원서를 제출하고, 헌재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도부의 입장과 차이가 드러났다. 탄원서 제출을 주도한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에게 "탄원서 내용은 법과 국회 민주주의에 관한 것이므로 당 지도부와 논의했으며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지도부와 개별 의원들의 행보가 엇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원서 제출과 별개로 13일부터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을 촉구하는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돌입할 계획이다. 시위는 윤상현, 강승규 의원을 시작으로 하루 5명씩 교대하며 진행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재명 대표는 12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헌재 선고를 앞두고 릴레이 겁박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집권당이 오히려 헌법 파괴 중범죄자를 옹호하는 데 동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이를 방해하려는 여당의 행동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것"이라며 "헌재는 정치적 압박에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의당과 기본소득당 등 야당도 국민의힘의 탄원서 제출과 시위 계획을 강하게 성토했다. 헌법재판소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려는 모습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가운데, 여야 간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여당은 탄핵 각하를 주장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고, 야당은 이를 강력히 비판하며 탄핵심판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에 따라 정국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 판결 D-3..尹 침묵 "차분히 결정 기다리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이번 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4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111일 만이며, 변론이 종결된 후 38일 만이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거나 파면될 수 있어 정치권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대통령실은 헌재의 선고 일정 발표 후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도 한남동 관저에서 외부 활동을 최소화한 채 칩거하고 있으며, 독서와 산책, 형사재판 대응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정치적 메시지는 자제하고 있으나, 일부 참모진과 변호인단, 국민의힘 의원들을 통해 간접적인 메시지가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는 지지자들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하거나, 영남권 대형 산불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등 비정치적 성격을 띠었다.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진 이유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대통령실은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고, 3월 수출입 동향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며,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경우를 대비해 국정 운영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려면 헌법재판관 8명 중 최소 3명이 탄핵소추안을 기각하거나 각하해야 한다. 만약 복귀가 결정되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25일 헌재 탄핵심판 최후 진술에서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 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한 "87년 체제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하겠다"며 "개헌과 정치개혁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반면,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된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헌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기 대선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다. 일반인 방청도 허용되며, 국민들은 직접 선고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된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심판정에 출석할지는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선고일에 법정에 출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대통령 대리인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 탄핵심판 선고일에 당사자가 출석할 의무는 없으며,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선고일에 출석하지 않았다.이번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국정 운영 정상화와 개헌 추진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탄핵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정치권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헌재의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번 주 한국 정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