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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팡제, 안세영의 스매시 앞에 '무너졌다’ 전영오픈 첫 승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의 기세는 거침없었다. 메이저 대회인 전영오픈에서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12일(현지 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전영오픈(슈퍼1000) 여자단식 32강전에서 중국의 가오팡제(17위)를 2-0(21-16, 21-14)으로 꺾었다. 이를 통해 안세영은 2년 만의 전영오픈 우승 도전의 서막을 열었으며, 올해 출전한 국제대회 4회 연속 우승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또한, 올해 15경기 연속 무패 행진도 이어갔다.

 

가오팡제와의 상대 전적은 안세영이 4전 4승으로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안세영은 첫 단추를 무난히 잘 끼운 후, 16강에서 랭킹 33위의 커스티 길모어(스코틀랜드)와 맞붙게 된다. 

 

전영오픈은 1899년에 시작되어 1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대회로, 안세영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우승을 달성하며 '월드 클래스'로 자리매김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준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1-2로 패해 2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오팡제는 안세영이 사흘 전 열린 오를레앙 마스터스 4강전에서 맞붙은 상대다. 당시 안세영은 13경기 연속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고 있었지만, 가오팡제에게 첫 세트를 듀스 끝에 20-22로 내줬다. 하지만 이후 2·3세트를 차지하며 2-1로 역전승을 거뒀고, 결승에서는 라이벌 천위페이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전영오픈에 먼저 나섰다.

 

32강에서 맞붙은 가오팡제와의 경기에서는 안세영이 첫 세트 중반까지 접전을 펼쳤으나, 14-12에서 절묘한 수비로 점수를 쌓은 뒤, 코너를 찌르는 샷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20-12까지 달아났다. 가오팡제는 막판에 4점을 따내며 추격했지만, 안세영은 더 이상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고 세트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세트에서도 안세영의 뛰어난 기술이 돋보였다. 초반에 코트 구석을 노리는 절묘한 샷을 이어가며 2-2에서 5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6-2에서 가오팡제를 속이는 롱서브에 이은 스매시 공격은 안세영의 노련함과 치밀한 경기운영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세트 중반 이후에도 스피드와 기술, 집중력을 잃지 않은 안세영은 결국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거두며 2세트를 21-14로 마무리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를 통해 2년 만의 전영오픈 정상 탈환과 국제대회 4회 연속 우승을 향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배드민턴계의 여제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6강에서도 안세영의 위대한 여정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스’의 배신?… 감보아, 최종전 등판 직전 “아파서 못 던져요”

 롯데 자이언츠가 정규 시즌 최종전 선발 투수를 알렉 감보아에서 빈스 벨라스케즈로 긴급 교체했다. 당초 9월 3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경기의 선발은 감보아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29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취재진에게 벨라스케즈의 선발 등판을 예고하며 갑작스러운 변경 소식을 전했다. 이는 감보아가 29일 훈련 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투구가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결국 9월부터 조짐을 보였던 감보아의 팔꿈치 문제가 시즌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다시 한번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미 한 차례 팔꿈치 불편함으로 로테이션을 거른 바 있는 감보아는 복귀 후에도 2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낳았었다.이번 선발 교체는 롯데의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대체 외국인 투수로 8월에 합류한 벨라스케즈는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 없이 1승 4패로 부진하며 이미 한 차례 보직을 이동한 바 있다. 대량 실점이 반복되자 김태형 감독은 그를 불펜으로 돌리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고, 벨라스케즈는 9월 16일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중간 계투로 등판해왔다. 가장 최근 등판은 28일 두산 베어스전으로, 8회말 2사 상황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단 1개만을 잡고 경기를 마쳤다. 이처럼 불펜으로만 나서던 그가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을 준비하게 된 것은 팀의 계획에 없던 돌발 상황이었다. 의도치 않게 두산전 등판이 선발 등판 전 불펜 피칭이 된 셈이다.시즌 중반까지 롯데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감보아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아쉬움을 남긴다. 5월 대체 선수로 합류한 그는 7월까지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롯데의 상위권 순위 경쟁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9월 들어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연타를 허용하며 대량 실점하는 경기가 잦아졌고, 이는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그의 체력적인 한계로 분석되었다. 한 차례 휴식 후 "괜찮다"며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결국 다시 통증을 호소하며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게 되었다. 롯데로서는 시즌 내내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마지막 경기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깔끔한 마무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롯데는 한화와의 최종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팀을 괴롭혔던 외국인 투수 문제가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으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김태형 감독은 "감보아가 나갈 수 없어 벨라스케즈가 준비한다"고 담담하게 밝혔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5강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치르는 최종전이지만,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롯데의 계획은 시작부터 꼬여버렸다. 올 시즌 롯데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이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롯데에게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