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장 건강에 좋다더니' 프로바이오틱스의 거짓말...

 미국의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트리샤 파스리차(Trisha Pasricha) 박사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파스리차 박사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 미생물을 증진하고 소화기 문제부터 정신 건강까지 개선한다는 주장이 널리 퍼져 있지만, 마케팅이 내세우는 효과와 실제 과학적 증거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추천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미국 소화기내과학회 역시 대부분의 소화기 질환에 프로바이오틱스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1,000건 이상의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됐지만, 연구마다 사용된 박테리아 균주, 복용량, 측정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더욱이 프로바이오틱스는 일반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다. 파스리차 박사는 "소비자들은 제품이 실제로 광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도 혼란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의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영상 중 대부분이 이를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내용이었으며, 상당수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장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파스리차 박사는 고섬유질 식단이 답이라고 강조한다. "저섬유질 식단은 특정 장내 박테리아의 영구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채소, 견과류, 발효식품을 다양하게 섭취해 장내 미생물이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농무부(USDA) 식이 지침에 따르면, 성인 여성은 하루 2228g, 성인 남성은 2834g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하지만 하버드 의대에 따르면 미국인의 하루 평균 섬유질 섭취량은 10~15g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섬유질 식품으로는 렌틸콩, 병아리콩, 강낭콩 등의 콩류, 아몬드, 호두, 피스타치오 등의 견과류, 라즈베리, 블루베리, 사과, 배(껍질째) 등의 과일,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완두콩, 감자(껍질째) 등의 채소, 귀리, 보리, 현미, 퀴노아 등의 곡류, 그리고 팝콘, 아보카도, 치아씨드, 아마씨 등이 있다.

 

영양학자 페데리카 아마티(Federica Amati)는 "건강한 식사를 위해서는 접시의 절반을 식물성 식품(샐러드, 브로콜리, 애호박 볶음 등)으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을 단백질(연어, 닭가슴살, 두부 등)과 고섬유질 탄수화물(현미, 보리, 고구마 등)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프로바이오틱스가 권장되는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항생제 복용 중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리균(C. difficile)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또는 염증성 장질환(IBD)으로 인해 장 절제술을 받은 후 발생할 수 있는 '파우치염(pouchitis)' 치료를 위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프로바이오틱스 복용 후 장이 편해졌다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파스리차 박사는 "이러한 경우라도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 기관의 검증을 거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는 것은 불필요한 지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배탈이나 복부팽만감 완화를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복용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경우, 이제는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방법을 고려해볼 시점"이라고 파스리차 박사는 조언했다.

 

'기존 세입자'는 갱신으로 안도, '신규 세입자'는 매물 찾아 삼만리… 갈라진 임대차 시장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신규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자들은 급감한 매물과 치솟은 호가에 발을 동동 구르는 반면, 기존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거 안정에 나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갭투자를 억제하려던 정책이 전세 공급 자체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으면서,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왜곡과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가중이라는 새로운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대책 시행 이후인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총 8만 922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나 감소했다. 특히 신규 계약은 5만 5368건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8.6%라는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30.4%)과 경기(-33.4%) 등 수도권의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는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다주택자들이 전세 공급을 꺼리면서 나타난 직접적인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갱신 계약은 3만 3852건으로 23.7% 급증했으며, 이 중 임차인이 법적 권리인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1만 7477건으로 무려 83.2%나 폭증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자,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집을 구하는 대신 현재 거주지에 머무르는 것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신규 세입자와 기존 세입자 간의 '가격 격차'는 이러한 시장의 이중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서울의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에서 체결된 계약을 비교한 결과, 신규 계약의 평균 전셋값은 6억 3716만원으로 갱신 계약 평균가(5억 8980만원)보다 4736만원, 비율로는 8.7%나 더 높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 가격 차이가 1.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신규 세입자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입장료'가 엄청나게 비싸진 셈이다. 어렵게 전세 매물을 찾아도 이미 크게 오른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자들은 결국 월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월세 계약은 8만 261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하며 전세 시장의 위축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높은 전셋값과 매물 부족에 지친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전문가는 "정부 대책이 전세 시장의 공급 부족과 신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법적 권리로 주거를 연장하는 기존 세입자와 높은 비용을 치르고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신규 세입자 간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가 고착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