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콧대 높던' 골프 명품 브랜드들, 결국 무릎 꿇었다... 업계 관계자 '최악의 시즌'

 한국 골프 시장은 2022년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이후 야외활동 수요가 급증하고 MZ세대의 골프 열풍이 더해지면서 전국 골프장은 예약 전쟁을 방불케 했다. 이 시기 골프 패션 역시 전성기를 맞았고, 프리미엄 골프 의류 브랜드들은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5.7% 감소하며 정점을 지났음을 알렸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도 2023년 3조7500억원에서 2024년 3조45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는 3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단 1년 만에 증발한 셈이다.

 

골프 인구 감소는 골프 의류 브랜드들에게 직격탄이 됐다. 한세엠케이는 주력 골프 사업인 LPGA와 PGA 매장을 28개에서 20개로 대폭 줄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대기업들의 신규 브랜드 철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메종키츠네 골프'와 LF의 '랜덤골프클럽'은 론칭 1년 만에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쓰라린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3월이 매우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봄맞이 라운딩을 준비하는 골퍼들이 본격적으로 골프웨어를 구매하기 시작하는 달로, 이 시기의 매출 추이가 한 해 사업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가성비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고가 골프 의류 브랜드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골프 의류 브랜드들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대대적인 할인에 돌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동안 할인을 거의 하지 않던 '콧대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할인 전쟁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롯데아울렛은 3월 13일부터 26일까지 '골프 슈퍼위크'를 전국 아울렛에서 개최하며, PXG, 타이틀리스트, 지포어, 마크앤로나 등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들도 이례적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이들은 호황기에는 철저히 노세일 정책을 고수하던 브랜드들이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일부 지포어 매장도 기본 할인에 추가 할인 프로모션을 더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역시 골프 브랜드의 할인폭을 대폭 확대했다. 타이틀리스트는 재고 상품 40% 할인에 20% 추가 할인을 더했고, PXG도 지난 시즌 재고 할인 폭을 키웠다. 말본골프는 23 봄겨울 상품을 30% 가까이 할인했으며, 파리게이츠는 더 과감하게 2022년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 중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할인은 그동안 쌓인 재고를 소진하려는 골프 브랜드들의 절박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할인폭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골프 의류가 예전의 판매량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골프장 그린피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경제적 여력이 줄어든 MZ세대가 골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골프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소득이 감소하고, 자연스레 골프 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 침체의 신호로 보고, 골프 의류 브랜드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때 '돈 주고도 못 사는'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들의 할인 경쟁은 골프 패션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롯데카드 다음은 당신?…연이은 금융 범죄, 간편결제마저 '안전지대' 아니었다

 최근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편리함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한 간편결제 서비스마저 범죄의 표적이 되면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만 집계된 간편결제 부정 결제 사고 금액이 이미 2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간편결제 서비스가 안전지대가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는 지난해 전체 피해액을 이미 넘어선 수치로, 비대면 금융 거래의 확산과 함께 보안의 허점을 노리는 범죄 수법 또한 날로 교묘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피해 사례의 대부분이 명확한 수법조차 파악되지 않는 '불상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간편결제 부정 결제는 총 50건이 발생했으며, 그 피해액은 2억 2천76만 원에 달한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국내 최대 오픈마켓 중 하나인 지마켓에서 발생한 피해가 22건, 1억 6천74만 원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체 피해액의 약 73%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그 뒤를 이어 쿠팡페이가 7건(3천8만 원), 비즈플레이가 6건(1천987만 원)으로 나타나,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부정 결제 사고는 한때 감소하는 듯 보였으나, 올해 다시 고개를 들며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는 간편결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나 보안 강화 조치가 범죄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피해액 상위 사례들의 범죄 수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올해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피해 사건은 범인이 불상의 방법으로 탈취한 이용자 정보를 이용해 지마켓에서 해외 놀이공원 입장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건으로, 단 한 명의 피해자가 무려 2,970만 원의 손해를 입었다. 2위와 3위 사건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각각 2,613만 원과 1,843만 원의 피해를 낳았다. 이처럼 범죄자들이 어떤 경로로 개인정보와 결제정보를 빼내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존의 보안 방식으로는 더 이상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기업들이 더욱 고도화된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하고, 소비자들에게는 다중 인증 설정과 같은 적극적인 보안 조치를 생활화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다.간편결제는 이제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 도사린 위험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연이어 발생하는 금융 범죄와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간편결제 시스템은 단순한 금전적 피해를 넘어, 사회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당국과 관련 기업들은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사후 대응에서 벗어나, 선제적이고 다각적인 보안 강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정보가 언제든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비밀번호의 주기적인 변경, 의심스러운 링크나 앱 설치 자제 등 정보보호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