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극우 지지' 머스크에 등 돌린 유럽... 테슬라 판매량 70% 폭락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2020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려와 함께 월가의 비관적 전망이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 넘게 급락한 222.15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0년 9월 이후 최대 낙폭으로, 시가총액으로만 약 1000억 달러(약 135조원)가 증발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번 주가 폭락의 직접적 계기는 월가의 잇따른 부정적 전망이었다. UBS 그룹의 조지프 스팍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1분기 및 2025년 차량 인도량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했다. 스팍은 테슬라의 이번 분기 인도량을 이전 전망 대비 16% 낮은 36만7000대로 제시했으며, 올해 테슬라의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약 5% 감소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이는 테슬라 경영진이 올해 인도량이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전망이다.

 

스팍은 하향조정 배경으로 테슬라의 리드 타임, 가격 책정, 부진한 초기 판매 데이터 등을 들었다. 그는 특히 테슬라의 중국 웹사이트에서 신형 모델Y의 인도 대기 기간이 단 2~4주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주문량이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이유로 테슬라의 인도량 전망을 낮췄다.

 

테슬라의 위기는 단순한 생산 문제를 넘어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모델Y의 디자인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이 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1월 트럼프의 취임 축하행사에서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해 유럽 소비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러한 정치적 행보는 테슬라의 핵심 고객층인 진보적 성향의 소비자들을 등돌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머스크의 정치적 활동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테슬라 차량, 매장, 공장을 겨냥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0일에는 시애틀의 한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4대의 사이버트럭이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테슬라 불매운동도 확산하고 있어, 지난달 독일 내 테슬라 판매량은 70% 넘게 급감한 1429대에 불과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테슬라는 BYD를 비롯한 현지업체와의 경쟁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달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출고된 차량은 전년 동월 대비 49% 하락한 3만688대로,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은 테슬라의 글로벌 성장 전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테슬라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테슬라를 포함한 여러 자동차 생산업체의 주요 시장으로, 관세 인상은 생산 차질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슬라는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보호무역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 자제와 함께 제품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자동차 산업 분석가는 "테슬라의 기술력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지만, CEO의 정치적 행보와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머스크가 정치보다 경영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테슬라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T&G 뒤통수친 가짜 담배, 알고보니…中 브로커, K브랜드 9520건 선점 후 '대놓고 강탈'

 전 세계를 휩쓰는 K-컬처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 한국 기업들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브랜드 자체를 통째로 강탈해가는 '짝퉁'의 공습에 대한민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 시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올해 초, 국내 담배업계 1위 KT&G는 야심 차게 인도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중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려 보니, 이미 'KT&G 인디아(India)'라는 이름의 법인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KT&G 브랜드를 사칭해 가짜 담배를 만들어 유통하는 범죄 조직이었다. KT&G가 제보를 받고 델리 등 현장을 급습했을 때, 창고에서는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담배 완제품이 2만 갑이나 발견되었다. 이는 K-브랜드를 노린 글로벌 위조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했다.과거 명품 브랜드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짝퉁' 시장의 칼날이 이제 K-브랜드를 정조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신 보고서는 그 충격적인 실태를 숫자로 증명한다. 2021년 한 해에만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위조상품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무려 11조 1000억 원(97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정상적인 정품 수출액의 1.5%가 고스란히 가짜 상품에 잠식당했음을 의미한다.피해가 가장 극심한 분야는 단연 'K-테크'를 상징하는 전기·전자·통신장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어폰, 충전기, 배터리 등은 위조품의 단골 표적이 된 지 오래이며, 이로 인한 피해액만 7조 원에 육박한다. 실제로 홍콩과 미국 세관에서는 삼성 로고를 박은 가짜 태블릿 PC가 대량으로 압류되는 등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K-뷰티', 'K-패션' 열풍을 타고 화장품과 의류 위조품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피해를 키우고 있다.이러한 짝퉁의 범람은 단순히 기업의 매출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OECD는 위조품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입은 국내외 매출 손실이 약 7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가총액 16위 기업인 카카오의 1년 치 매출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과 같은 엄청난 규모다. 국가 경제의 근간인 일자리 또한 위협받고 있다. 짝퉁 때문에 사라진 일자리는 약 1만 3800개로 추산되며, 이는 국민은행 전체 임직원 수와 맞먹는 충격적인 수치다. 여기에 1조 7000억 원이 넘는 세수 손실은 덤이다.소비자들의 안전 역시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탓이다. 미국 FDA는 가짜 화장품에서 수은이 검출된 사례를 경고했으며, 국내에서도 짝퉁 액세서리에서 안전 기준치의 930배가 넘는 납과 카드뮴이 검출되기도 했다.더 교활하고 악질적인 문제는, 이들이 단순히 물건만 베끼는 것을 넘어 브랜드 자체를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상표 브로커들은 한국에서 인기를 끌 조짐이 보이는 브랜드를 자국에 먼저 상표로 등록해버린다. 이후 해당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려고 하면, 상표권을 무기로 거액의 합의금이나 사용료를 요구하는 식이다. '먼저 출원한 자에게 권리를 주는' 국제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다.대표적인 사례가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이다. 설빙은 중국 진출 과정에서 메뉴와 인테리어까지 똑같이 베낀 '설빙원소'가 이미 상표권을 등록하고 짝퉁 매장을 운영 중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수년간의 소송 끝에 상표권 무효 판결을 받아냈지만, 막대한 소송 비용과 사업 기회 상실이라는 상처만 남긴 채 결국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해야 했다.더욱 암담한 현실은 이러한 피해가 자금과 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상표권 무단 선점 피해 기업의 81.8%가 중소기업이라는 통계는 'K-브랜드'의 밝은 미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