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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약 대신 오렌지를?...10만명 연구로 밝혀진 '감귤류의 비밀'

 현대인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일상 식단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감귤류 과일이 우울증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과학 전문 매체 'ZME 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저널(Journal of Microbiome)에 게재된 연구 논문을 인용해 감귤류 과일의 규칙적인 섭취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우울증 발병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10만 명이 넘는 여성 참가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 II(NHS2)'라는 장기 추적 연구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감귤류 섭취량과 우울증 발병률 사이의 상관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감귤류를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항우울 효과가 감귤류에서만 특별히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전체 과일이나 채소 섭취량, 또는 사과나 바나나와 같은 다른 개별 과일의 섭취와 우울증 감소 사이에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 강사이자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의사인 라즈 메타 박사는 하버드 학보 가제트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에 중간 크기의 오렌지 하나를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 발병 위험이 22%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러한 효과는 감귤류 과일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감귤류 과일이 어떻게 우울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일까? 연구팀에 따르면, 이 효과는 '피칼리박테리움 프로스니치(Faecalibacterium prausnitzii)'라는 장내 미생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감귤류 과일을 섭취하면 이 유익한 장내 세균의 수가 증가하는데, 이 세균은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의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은 흔히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이들은 단순히 음식이 소화관을 통과하는 방식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뇌로 이동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발견은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 불리는 장내 환경과 뇌 기능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한 최근의 과학적 이해를 더욱 뒷받침한다. 장내 미생물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발전해왔으며, 이번 연구는 그 중요한 증거를 더하고 있다.

 


연구팀은 여성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남성들이 참여한 유사한 연구인 '남성의 라이프스타일 검증 연구(Men's Lifestyle Validation Study)'의 데이터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들에게서도 피칼리박테리움 수치의 증가가 우울증 위험 점수와 반비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감귤류 섭취의 항우울 효과가 성별에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메타 박사는 "감귤류 과일이 유익한 장내 세균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귤류 섭취가 우울증을 관리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연구팀은 감귤류 섭취와 우울증 위험 감소 사이의 인과관계를 더욱 명확히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2년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연구에서는 8주 동안 하루에 오렌지 주스를 세 번 마신 젊은 성인 참가자들의 우울증 증상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축적됨에 따라 감귤류 과일의 정신 건강 증진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감귤류 과일에는 오렌지, 레몬, 자몽, 귤 등이 포함되며, 이들은 비타민 C와 항산화물질이 풍부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감귤류 과일이 단순한 영양소 공급원을 넘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통해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우울증 예방과 관리에 있어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약물 치료나 심리 치료와 같은 전통적인 우울증 치료법과 함께, 감귤류 과일을 포함한 건강한 식단이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전산망 '대혼란' 5일째…대전센터 화재, 복구율 고작 '이것'?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발생 닷새째인 30일, 전체 647개 전산시스템 가운데 1등급 업무 21개, 즉 58.3%만이 정상화되는 등 총 87개 시스템이 복구된 것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는 밤낮없이 복구에 매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국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5층 전산실의 96개 핵심 시스템은 대구 민관협력 클라우드센터로 이전될 예정이며, 이는 정부의 주요 전산망 운영에 있어 전례 없는 조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화재는 정부의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 걸쳐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복구 작업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오늘(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30일 오전 10시 기준 장애가 발생한 647개 시스템 중 1등급 업무는 21개, 58.3%가 정상화돼 총 87개 시스템이 복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 26일 화재 이후 정부와 관계기관은 밤낮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복구를 진행 중이지만, 불편을 겪고 계신 국민들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 대전센터는 2층부터 5층까지 총 9개의 전산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화재가 발생한 5층에는 7, 7-1, 8전산실이 위치해 전체 시스템의 절반이 넘는 330개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7-1전산실의 96개 시스템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어 대구센터로의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현재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주민등록, 인감, 여권 등 각종 민원 처리는 정부24와 무인민원발급기가 정상화되면서 다소 불편하지만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일부 기능 장애로 온라인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국민들은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여 수기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 전담지원반을 구성하고 소통 채널을 확보하는 한편, 시스템 복구와 대체 수단 안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 관리를 위한 통합운영관리시스템마저 화재로 인해 활용이 어려운 상황이라 복구 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향후 복구 계획에 따르면, 화재 영향이 비교적 적었던 2~4층에 위치한 시스템들은 재가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7-1전산실을 제외한 5층의 다른 시스템들은 분진 제거 작업을 거친 후 재가동될 전망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7-1전산실의 96개 시스템에 대해서는 대구센터 이전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와 민간기업 협력을 통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일부 시스템의 경우 다수 기관과의 정보 연계 문제로 예상보다 복구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번 화재는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관리와 재난 대응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