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 커피값 줄줄이 인상하는데... '역주행' 편의점 커피의 비밀

 국제 원두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편의점들이 자체브랜드(PB) 커피 가격을 오히려 인하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카페 프랜차이즈들이 원두 가격 상승을 이유로 메뉴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편의점들의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 뒤에는 대형 제조사와의 사전계약을 통한 물량 확보와 함께 불황 속에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올해 2월 아라비카 커피의 평균 가격은 톤당 8979.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16%나 폭등했다. 이는 가뭄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원두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편의점 체인들은 오히려 커피 가격을 내리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GS25는 3월 한 달간 '카페25 핫 아메리카노'를 기존 1300원에서 300원 인하한 1000원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카페25는 전자동 커피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으로, 타 편의점들이 파우치 커피를 중심으로 가성비 마케팅을 펼치자 GS25는 이에 대응해 머신 커피의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다.

 

CU 역시 자체 파우치 음료 브랜드인 '델라페' 커피 메뉴 5종의 가격을 100~200원 인하했다. 가격 인하 대상 제품은 블랙아메리카노, 제로 스윗 아메리카노, 제로 헤이즐넛, 바닐라라떼, 캐러멜라떼 등이며, 콜드브루와 디카페인 등 7종은 2000원 안팎의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븐일레븐은 더욱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도입했다. 비록 용량은 타사 PB보다 작지만, 1000원 미만의 초저가 커피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출시된 파우치 음료 '세븐셀렉트 착한아메리카노블랙'(230㎖)은 단돈 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24도 PB 파우치음료 '아임이 아메리카노'(340㎖)를 1100원에 판매 중이며, 3월 17일에는 500㎖ 용량의 파우치 커피 '1000블랙커피'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편의점들이 원두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파우치 커피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그 핵심 요인으로 '동일 제조사'와 '사전계약' 전략을 꼽는다.

 

 

 

흥미로운 점은 겉으로 보기에 각 편의점 브랜드의 PB 커피 제품들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제조사에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 PB 파우치 음료의 주요 제조사는 쟈뎅, 동서웰빙, 바이오포트코리아 등으로, 이들 업체는 여러 편의점 체인의 PB 상품을 동시에 제조하고 있다.

 

실제로 CU의 '스위트 아메리카노'와 GS25의 '유어스 카멜 아메리카노 블랙'의 제조사는 모두 쟈뎅이다. 또한 CU의 '델라페 블랙아메리카노'와 이마트24의 '아임이 아메리카노 블랙'은 바이오포트코리아에서 제조된다. 이는 각 편의점이 자체 브랜드로 커피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원재료와 제조 공정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협의를 통해 납품가를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핵심 요인은 '사전 계약' 전략이다. 편의점들은 PB 제품을 위한 원재료 물량을 사전에 대량으로 계약함으로써 원재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계약을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생산을 진행하기 때문에 원재료 가격의 등락에 곧바로 영향을 받지 않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다"며 "PB 상품의 경우 일반 상품에 비해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또한 편의점 파우치 커피는 대량생산 체제와 차별화된 원두 블렌딩 방식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파우치 커피의 경우 대량생산을 하고, 원두 블렌딩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파우치 커피의 최대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편의점들은 파우치 커피를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파우치 커피는 얼음컵에 부어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 여름철에 특히 인기가 높았으나, 최근에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트렌드에 힘입어 추운 겨울에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CU에 따르면 '델라페'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은 무려 1억 5000만개에 달하며, 전체 카테고리에서도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CU의 아이스드링크 매출 신장률은 2022년 11.8%, 2023년 10.3%, 2024년 12.4%를 각각 기록했으며,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얼음컵 매출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가성비 음료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이미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편의점들의 가격 인하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5.71로 전년 대비 2.2% 상승했으며, 음식·비주류음료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2.4% 상승했다.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상승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커피 제조사들도 결국에는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커피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두는 유통채널과 연간 계약을 하는데, 현재 커피 제조사 입장에선 원두 가격 상승과 인건비, 자재비 등이 오르면서 커피 가격을 내릴 명분이 없다"라며 "결국 추후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현재는 고객 유인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현재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은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일시적인 전략일 가능성이 높으며, 원두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편의점 커피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값 줄줄이 인상... 스타벅스·투썸·폴바셋 '담합' 의혹 제기

 올해 들어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가격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투썸플레이스가 대표 메뉴들의 가격을 일제히 올리기로 결정했다. 투썸플레이스는 오는 26일부터 대표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 등 케이크와 커피, 음료 등 총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인상한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이번 가격 조정으로 케이크 13종, 아메리카노를 포함한 커피 23종, 그리고 기타 음료 22종의 가격이 오른다. 홀케이크는 평균 2000원, 조각 케이크는 평균 400원 인상되며, 대표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은 2000원 오른 3만90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커피 제품의 경우 레귤러 사이즈 기준 일률적으로 200원씩 가격이 오르며, 샷과 시럽 등의 옵션 가격은 각각 300원, 디카페인 변경 옵션은 200원 인상된다.이에 따라 투썸플레이스의 레귤러 사이즈 아메리카노는 기존 4500원에서 200원 오른 4700원이 된다. 투썸플레이스가 아메리카노 가격을 올리는 것은 2022년 1월 이후 약 3년 만이며,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의 가격도 2022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조정되는 것이다.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수년간 지속된 환율 상승과 전 세계적인 기상 변화로 원두와 코코아, 유제품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폭등한 상황에서 제반 비용 증가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가맹점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가맹점과 협의를 거쳐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이번 투썸플레이스의 가격 인상은 올해 들어 커피 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가격 인상 행렬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200원 올리는 등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으며, 폴바셋도 가격을 조정했다. SPC그룹의 파스쿠찌와 던킨도 지난달부터 커피 가격을 올렸고, 저가 커피 브랜드로 알려진 컴포즈커피와 더벤티도 각각 지난달과 이달부터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커피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은 프랜차이즈에 국한되지 않는다. 네스프레소는 이달 캡슐 커피 가격을 올렸고, 매일유업은 다음 달부터 커피음료 등의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처럼 커피 업계 전반에 걸친 가격 인상은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가 인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소비자들은 이러한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원가 상승과 경영 환경 악화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