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 자원 쓸어 담는 미국, '안보는 장식일 뿐'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체결할 예정인 광물 협정이 법적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미래 천연자원 수익 절반을 공동 기금화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세부적인 운용 방식과 지분 배분 등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체결될 협정에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운용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 기금 운영과 관련해 누가 얼마만큼의 지분을 가질지, 몇 년 동안 운영할 것인지 등의 사항은 추후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는 원칙만 적시되어 있다. 미국의 지분율은 기존 초안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아직 불분명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협정을 담당할 경우 법률상 미국의 지분율이 30%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협정을 담당할 미국 기관이 어디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과 관련한 조항도 포함되지 않았다. 팀 마이어 듀크대 국제법 교수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정은 미국이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가져갈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는 아직 탐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매장지가 많아 실질적인 채굴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채굴을 위해서는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만, 초기 자금 마련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우크라이나가 향후 발생할 자원 개발 수익의 50%를 기금에 넣기로 했지만, 초기 수익이 발생하기 전까지 미국이 자금을 투입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

 

 

 

또한, 이 협정에는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에 대한 실질적인 공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협정문에는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안전 보장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지원한다"는 원론적인 표현만 포함됐을 뿐,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이나 방위 지원에 대한 조항은 명시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 협정이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고 경제 안보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보다 확실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라이언 맥개리 라이든대 국제법 교수는 "양국 간 협력 의무는 있지만, 방위 측면에서 구속력 있는 구체적인 약속이 빠져 있다"며 "향후 협상에서 세부 사항이 합의되어야만 실질적인 조약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협정문에는 분쟁 발생 시 해결을 위한 메커니즘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팀 마이어 교수는 "광물 개발은 종종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분야인데, 이번 협정에서는 갈등 발생 시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분쟁 해결 방안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뒷받침할 가능성은 있다. 협정문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위한 의무와 충돌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맥개리 교수는 "미국이 EU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는 점은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EU를 향해 "미국을 뜯어내려고 만들어졌다"며 비난한 바 있다.

 

이번 협정이 체결되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경제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이행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추가 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의 지분율, 초기 투자금 조달 방식, 분쟁 해결 조항 등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협정 수정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선 40분 남기고 '날벼락'…퀸제누비아 2호 좌초, 승객들이 전한 공포의 순간

 제주를 떠나 목포로 향하던 2만 6천 톤급의 대형 카페리 여객선이 목적지 도착을 불과 40여 분 남겨두고 인근 무인도에 좌초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19일 밤 8시 17분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쪽의 무인도인 '족도'에 올라탔다는 긴급 신고가 목포해양경찰에 접수됐다. 사고 당시 배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누워있던 승객들이 바닥을 구르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승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가 섬에 충돌한 뒤 그대로 서버렸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알리기도 했다. 해경 확인 결과, 여객선 앞머리 부분에 일부 파공이 발견되었으나 다행히 침수로 이어지지는 않아 더 큰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즉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대규모 구조 작전에 돌입했다. 경비함정 17척과 연안 구조정 4척, 야간 수색을 위한 항공기 1대, 그리고 서해 특수구조대까지 현장으로 급파하며 그야말로 입체적인 구조 작전을 펼쳤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비정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동요를 막는 데 주력했으며, 이어 도착한 함정 2대와 연안 구조정 1대를 이용해 본격적인 이송 작전을 개시했다. 특히 해경은 어린이 5명과 유아 1명을 포함해 임산부, 노약자 등 재난약자 40명을 가장 먼저 구조했으며, 사다리를 이용한 위험한 이동 대신 여객선 후미의 차량용 램프를 경비함정에 직접 연결하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모든 탑승객을 안전하게 옮겨 태웠다.구조된 탑승객들은 해경 경비함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이송되었다. 좌초 당시의 충격으로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한 승객 2명과 임산부 1명은 병원 이송을 기다렸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승객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육지에서의 일정이 모두 어그러진 승객들을 위해 전라남도는 인근 호텔을 임시 숙소로 마련하는 등 신속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밤 11시께 직접 부두로 나와 불안에 떨었을 승객들을 맞이하고 위로하며 상황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1차로 부두에 도착한 승객들은 해경과 지자체의 안내에 따라 준비된 버스에 올라 임시 숙소로 이동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해경은 이번 사고가 퀸제누비아 2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상 항로를 이탈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해상은 장산도와 족도 등 여러 섬 사이의 좁은 수로이며,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바위섬과 암초가 다수 분포해 있어 항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 선박인 퀸제누비아 2호는 연안 여객선사 씨월드고속훼리가 지난해 2월 목포-제주 항로에 야심 차게 투입한 최신형 대형 카페리로, 길이 170m에 최대 1010명의 여객을 태울 수 있는 선박이다. 취항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최신 선박이 어째서 익숙한 항로를 벗어나 암초 지대로 향했는지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