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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사람들" 자살 사망자 13년 만에 최고치, 사회적 안전망 '빨간불'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 수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자살이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특히 사회적 '주류'에서 밀려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포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4천43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특히 30~50대 남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경제적 기반이 흔들리고, 유명인 자살 사건의 영향(베르테르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고위험군이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효과적으로 돕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신건강 의료서비스 접근성은 좋지만, 스스로 도움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돕는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통해 겹겹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은 "경제적 문제 등 자살의 원인은 정신건강 담당 부서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전방위적 문제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정신건강 대책이 쏟아져 나오더라도,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종익 강원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자살 위기는 결국 '주류'에서 밀려났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고,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에서 탈락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자살 사망자 급증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경쟁과 소외,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비극이다. 전문가들의 경고처럼, 자살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 1577-0199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방통위, 내일부터 '강제 해체'! 현 위원장, 임기 남았는데 '자동 면직'…무슨 일?

 2008년 출범해 17년간 대한민국 방송통신 정책의 중추 역할을 해왔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오늘(30일) 국무회의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의결되면서, 내일(10월 1일)부터 이 모든 변화가 즉시 시행된다. 이는 대한민국 미디어 거버넌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존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수행하던 역할과 기능은 물론, 위원장 임명 방식과 위원회 구성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개편이 이루어지는 만큼, 앞으로 방송과 통신 산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양한 논란과 역할을 수행해온 방통위의 퇴장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향후 미디어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새롭게 출범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기존의 5인 체제와 달리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 구성 방식 또한 변화가 크다. 대통령이 위원장과 위원 1명을 직접 지명하고, 국회 교섭단체가 나머지 5명의 위원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특히 위원장 직책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기존에는 민간 자격으로 선출되던 방통위원장이 새 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변경된다. 이 변화는 곧바로 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칙에 따라 정무직 공무원은 법 시행과 동시에 승계되지 않기 때문에,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던 이진숙 위원장은 내일부터 법 시행과 동시에 '자동 면직'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이는 사실상 현직 위원장을 겨냥한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이러한 조치에 대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어제(29일)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표적입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위원장의 '자동 면직' 논란 속에서 출범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기존 방통위의 방송과 통신 분야 업무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던 유료 방송, 뉴미디어, 디지털 방송 정책까지 포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는 방송통신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한 정부의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미디어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한의 확대는 그만큼 책임과 독립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독립 민간기구로 운영되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된다. 새롭게 개편된 심의위원회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심의위원장을 두게 되며, 심의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도 가능해진다. 이는 심의위원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동시에 정부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폐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출범, 그리고 심의위원회의 개편은 대한민국 미디어 정책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위원회가 과연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며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들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모든 변화는 내일부터 대한민국 미디어 지형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