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마른 몸매 강요하는 사회'가 만든 비극

 현대 사회에서 급증하는 섭식장애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이 질환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문가들은 이를 "사회적으로 생산된 현대 여성의 질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마른 몸매를 이상화하고 체중 관리를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포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여성 섭식장애 진단 인원은 2020년 7,691명에서 2023년 1만613명으로 약 38% 증가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최근 5년간 섭식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 중 무려 80%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섭식장애가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질환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9세 이하 여성 환자는 2020년 779명에서 2023년 1,277명으로 63%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0~30대 여성 환자의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이는 어린 나이부터 왜곡된 신체 이미지에 노출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10년 넘게 섭식장애를 경험한 박채영(32)씨는 자신의 경험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이 공유하는 시대적 현상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내 의지가 약해서, 내가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비현실적인 기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거의 모든 여성이 한 번쯤은 자신의 몸에 대한 불만과 강박을 경험합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을 "여성에게 더 강력하게 요구되는 신체 규범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그는 "TV 프로그램과 광고, SNS 등 일상 곳곳에서 마르고 날씬한 여성의 이미지가 끊임없이 노출되면서,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기준으로 자신의 몸을 비교하게 된다"며 "이러한 사회적 압력이 여성들에게 왜곡된 신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성인의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 및 관련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정상 체중인 20대 여성의 28.3%가 스스로를 비만 체형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미 저체중 상태인 20대 여성의 16.2%가 추가적인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20대 여성의 14.8%가 이미 저체중 상태라는 통계를 고려하면, 상당수 여성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마른 몸매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패션 산업 역시 이러한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디멜빌은 대부분의 상품을 XS~S 사이즈로만 출시하는 '원사이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마른 여성을 위한 브랜드', '44사이즈 브랜드'라고 불리는 이 브랜드의 성공은 극도로 마른 몸매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채영씨는 "다이어트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칭찬을 받는다. 어떤 이상적인 몸을 만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자기관리로 포장된다"며 "하지만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여성 옷은 이렇게까지 작아지는지, 누가 이런 작은 옷을 만드는지, 그리고 누가 우리에게 몸을 관리하라고 강요하는지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동식 연구위원은 "몸이 하나의 사회적 자원이 되면서 체중 관리가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남성보다 사회적 자원이 부족한 여성들이 더욱 몸 관리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개발 담론에만 머물러 있고 이것이 가져오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사회학 연구자 강의영은 섭식장애의 주요 원인으로 "여성의 몸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문화"를 꼽았다. 그는 섭식장애 당사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친구들이 내 다리를 보고 굵다고 놀렸다'거나 가족이 '몇 키로만 빼면 좋을 텐데'라고 쉽게 말하는 문화가 섭식장애를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섭식장애 연구의 권위자인 김율리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제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에서 몸과 외모에 관한 언급도 지양하도록 교육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모에 대한 언급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다. 취약한 사람들에게 '살쪘다', '뚱뚱하다'는 말은 다이어트를 촉발하는 일종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을 강조한다. 김동식 연구위원은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몸에 대한 존중을 배우고, 타인의 몸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거나 비방하지 않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인식 변화를 넘어, 사회 전반의 문화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다.

 

섭식장애는 단순한 다이어트나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극단적인 식이 제한, 폭식과 구토의 반복, 과도한 운동 등은 심장 문제, 전해질 불균형, 골다공증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섭식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치료와 함께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체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 외모보다 건강을 중시하는 가치관,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압력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여성 건강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만세" 외침 후 분신…70대 남성, 결국 사망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인물을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던 70대 남성이 끝내 숨졌다. 경찰 및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79세 남성 A씨는 19일 오후 1시경 서울 소재 화상 전문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도시건축전시관 옥상에서 야당과 헌법재판소 등을 비난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다량 살포했다. 그리고 그는 준비해 온 인화 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리고 불을 붙이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당시 A씨가 살포한 유인물에는 '윤석열 대통령 만세'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어, 그의 극단적인 행동이 정치적 신념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신고로 A씨는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이후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집중적인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A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전신에 입은 심각한 화상은 그의 생명을 앗아갔다.이번 사건으로 윤 대통령 지지자의 분신 사망은 두 번째 사례가 되었다. 앞서, 지난 1월 15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50대 남성은 극심한 혼란과 분노를 느꼈고, 결국 공수처가 위치한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분신을 시도하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이 남성 역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5일 후인 20일 끝내 사망했다.연이은 비극적인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과 함께, 정치적 의사 표현의 방식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극단적인 방법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특히, 이번 사건들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 그리고 극단적인 대립 구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건강한 토론과 소통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