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편의점 '저속노화' 전쟁 개장... 건강 도시락부터 곤약밥까지

 '저속노화(Slow Aging)'가 2025년 최대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제 노화 방지가 중장년층만의 관심사가 아닌, MZ세대까지 아우르는 전 연령대의 핵심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건강한 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요 유통업체들은 앞다투어 관련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와 협력하여 혁신적인 '건강 도시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맛은 유지하면서도 나트륨 함량을 50% 이상 낮추는 것으로, 30회가 넘는 샘플 테스트를 거쳐 완성도를 높였다.

 

이마트24도 프리미엄 건강식당 '닥터로빈'과 손잡고 건강 간편식 라인업을 확대했다. 김밥, 샌드위치, 파스타 등 일상적인 메뉴에 건강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영양사와 전문 셰프가 공동 개발하여 맛과 건강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출로 입증되고 있다. GS25의 잡곡 매출은 2022년부터 매년 급증하여 2024년에는 25.9%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CU의 경우 닭가슴살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51.1% 증가했는데, 이는 젊은 층의 건강식품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대형 식품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CJ제일제당의 '햇반 웰니스' 제품군은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으며, 특히 곤약밥과 솥반 제품의 매출이 각각 29%와 27% 증가했다. 롯데웰푸드의 무설탕·무당류 브랜드 'ZERO'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뷰티 업계에서도 저속노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슬로우에이징 캠페인을 통해 전년 대비 70%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외모 관리를 넘어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저속노화 시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MZ세대의 참여로 인해 건강식품 시장은 더욱 다양화되고 세분화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며 "앞으로는 맛과 건강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향후 식품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서는 적자, 해외서는 돈방석... CGV의 이중적 경영 실체

 CJ CGV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0일 영화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약 8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희망퇴직은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이루어진 인력 구조조정으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영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월 기본급의 100% 이상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기 근속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퇴직 후 재취업 과정에서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이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국내 영화 산업 전반의 위기를 반영하는 신호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가가 어려워진 데 따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GV는 지난해 하반기 흥행작의 부재로 인해 국내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국내 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CGV의 국내 극장 사업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억원(1.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되었다.이러한 국내 사업의 부진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자들의 영화 관람 패턴과 OTT 플랫폼의 급성장, 그리고 콘텐츠 다양성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극장 관람 문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티켓 가격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도 관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CGV의 해외 사업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GV의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3년 CGV의 전체 매출액은 1조 9,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1억원(26.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억원(54.6%) 늘어나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이러한 해외 사업의 호조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함께 영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CGV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CGV는 국내 시장의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로 상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업계 전문가들은 CGV의 이번 희망퇴직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중장기적인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이 좋은 해외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영화 상영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한편, 영화계에서는 CGV의 희망퇴직이 국내 영화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의 경영 악화는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규모의 영화나 독립영화의 경우 상영 기회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영화 다양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CGV의 이번 희망퇴직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미디어 소비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영화 상영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CGV를 비롯한 국내 극장 체인들이 어떻게 사업 모델을 혁신하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극장으로 돌릴 수 있을지 영화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