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의 숨겨진 속내, 푸틴 옹호하며 우크라 패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한 대화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그의 발언은 여러 의문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종전 협상에 젤렌스키가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우크라이나의 참여 시점이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트럼프는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려고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는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한다"고 답하며, 푸틴의 의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려한 나토(NATO) 회원국 침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트럼프가 푸틴을 지지하는 발언을 계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참여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상황을 지나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루비오 장관은 CBS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침략당했기 때문에 종전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6일부터 중동 순방에 나선 젤렌스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 아라비아 등을 방문하며, 러시아와 미국 중심의 협상 구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UAE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가 없는 협상은 결과가 없는 협상"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참여하지 않는 어떤 합의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또한, UAE에서 진행된 회담에서는 우선순위가 '포로 귀환'이라고 강조하며, 중동 지역에서의 외교전을 본격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예정인 미국과 러시아 간의 고위급 회담에 초청되지 않은 젤렌스키는 중동에서의 외교 활동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협상 구도를 타파하려고 하고 있다. 1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의 협상만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공간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7일 파리에서 열린 긴급 회의에서는 미국이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협상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독단적인 협상 진행에 대한 반발과 함께,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평화유지군 창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평화유지군 창설을 제안했으며,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이 미국의 영향력에 대응해 독자적인 안보 전략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0일까지 전쟁이 종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가운데, 그의 계획은 "야심 차지만 잠재적으로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쟁을 빠르게 끝내려는 트럼프의 의도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뮌헨안보회의에서 드러난 대서양 동맹의 분열은 향후 전쟁 종결을 위한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사장 승진은 단 1명, 대신 하버드 석학 수혈…이재용의 '기술 삼성' 승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후 처음으로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기술 혁신'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전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승진 인사를 최소화하며 조직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 외부 기술 인재를 파격적으로 영입해 '기술 초격차'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선명하게 읽힌다. 이번 인사는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의 서막으로,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전략적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양대 축인 반도체(DS)와 스마트폰·가전(DX) 부문 수장들의 유임과 역할 강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과 DX 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에게 각각 핵심 사업부장인 메모리사업부장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계속 겸직하도록 했다. 이는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검증된 리더십을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부진을 씻고 실적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신임을 얻었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안정 기조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변화의 의지는 외부 인재 영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박홍근 사장을 삼성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수석 입학 및 전체 수석 졸업, 스탠퍼드대 박사 학위 취득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을 외치며 기술 확보를 생존의 문제로 여겨 온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파격적인 인사다. 선행 기술 연구의 심장부에 외부의 수재를 앉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윤장현 사장 역시 기술 전문가로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랜 기간 무선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윤 사장의 발탁은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모바일, TV, 가전 등에 AI와 로봇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장단 인사가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마무리됐지만,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사업지원실이 신설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