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하마스 협상 파탄 위기..'전쟁 재개 초읽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핵심 조건인 인질 석방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내놓아 휴전이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에 따르면, 10일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의 귀환을 지연시키고, 여러 지역에서 무차별적인 총격과 포격을 감행했으며, 구호품 반입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하마스는 15일로 예정됐던 다음 인질 석방을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 같은 발표가 인질 석방 예정일 5일 전에 이뤄진 점을 강조하며, 중재자들이 이스라엘 측에 합의 사항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영국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하마스의 발표를 "끔찍하다"고 규정하며 "모든 인질이 15일 토요일 정오까지 석방되지 않으면 협상을 취소하고 모든 내기가 끝나며, 지옥이 터지도록 내버려 두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협상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모든 인질"이 현재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모든 인질을 의미하는지, 1단계 휴전 기간에 석방이 예정된 인질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현재까지 이행 중이던 합의 조건을 무시하고,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발효된 휴전 이후,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서로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해왔다. 25일에는 하마스가 인질 석방 순서를 어겼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의 귀환을 차단했으며, 이후 이를 다시 허용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됐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르는 넷자림 회랑에서 철수하는 등 일부 양보가 이뤄졌으나, 휴전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내쫓고, 미국이 해당 지역을 소유해 개발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후 돌아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답했다. 그는 "그들은 훨씬 더 나은 주택을 갖게 될 것이다. 즉, 나는 그들을 위한 영구적 거주지를 건설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자지구 개발 계획을 "미래를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라며 "그동안에는 내가 이곳을 소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하마스 협상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장했던 휴전 협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됐다. 로이터 통신은 10일 이집트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협상 중재자들에게 미국이 단계적 협상을 지속할 의사가 있는지 명확히 할 때까지 회담을 연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전쟁 재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10일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는 휴전 협정 전면 위반"이라며 이스라엘군(IDF)에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도 전쟁 재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하마스와의 휴전에 반대해 사임한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국가안보장관은 SNS를 통해 "우리는 전쟁으로 돌아가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지구에 대한 공중 및 지상 대규모 공격을 개시하고, 전기·연료·물 등 인도적 지원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이미 반입된 구호품도 폭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요르단과 이집트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1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의 지원을 보류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미국은 이집트와 요르단에 대한 군사 및 경제 지원을 주요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은 이집트에 약 15억 달러(약 2조 1,786억 원), 요르단에 17억 달러(약 2조 4,690억 원)의 지원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난민 수용이 무장 세력 유입과 이스라엘과의 충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요르단은 현재 국민의 절반가량이 팔레스타인계인 상황에서 추가 유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과 이스라엘 극우의 전쟁 재개 요구 속에서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하마스의 인질 석방 연기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파기 위협이 맞물리며, 중동 정세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동네의원'으로 전공의들은 돌아갔다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 1년 전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대거 동네의원으로 돌아오고 있다. 생계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수련 현장 복귀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1년,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18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2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사직했던 전공의 9,222명 중 5,176명(56.1%)이 의료기관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0%에 가까운 3,023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이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의원에 재취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전공의들은 일반의 자격으로 개원가에 대거 진출하면서 의료계 지형도 변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는 1만 684명으로, 전년 대비 76.9% 급증했다. 특히 의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는 76%나 늘었다.반면, 전공의들의 빈자리는 여전히 크다. 전국 의료기관의 인턴은 전년 대비 96.4%, 레지던트는 88.7% 급감했다. 전문의 숫자는 작년 말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올해 전문의 시험 합격자가 급감하면서 '전문의 공급 절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김선민 의원은 "필수의료 의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의사를 감소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정부는 하루빨리 의료계와 협의해 1년째 이어진 의료 대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전공의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 없이는 수련 현장 복귀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한 언론사의 인터뷰한 사직 전공의 10명 중 6명은 복귀 조건으로 의대 정원 감원을 꼽았다. 한 전공의는 "국민 대부분이 12·3 비상계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전공의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전공의들은 의료 소송 부담 완화, 미필 전공의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 등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