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황금폰’ 터지면 게임 끝..'특검법 상정에 여야 격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정청래)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경선 허위 여론조사 개입 및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할 ‘명태균 특검법’ 제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상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은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서영교·정춘생·윤종오 의원 대표발의)을 숙려기간(20일) 경과 전 위원회 의결로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으나 표결이 진행됐고, 재석 위원 10명 중 찬성 10명으로 법안 상정이 가결됐다. 표결 직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모두 퇴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이 자신들의 유력 대선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안은 어제 발의된 것으로, 이미 재의 요구로 부결됐던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탄핵 심판도 진행 중인데 마치 조기 대선이 예정된 것처럼 국민의힘 후보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선거를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삼아 당을 마비시키려는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의힘 후보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고, 당사를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위원장은 “조기 대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주장과 대선 주자를 제거하려 한다는 주장은 서로 모순”이라며 “특검은 명태균 관련 ‘황금폰’과 불법 여론조사, 국정농단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명태균 게이트 핵심 공범으로 보이는 김건희 여사가 아직 소환되지 않고 있다”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질타했다. 이에 김석우 법무부장관 권한대행은 “문제가 된 휴대전화(일명 ‘황금폰’)는 지난해 12월 12일 임의 제출됐고, 현재 포렌식이 진행 중”이라며 “분석이 끝나는 대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창원지검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준비한 이유가 야당 때문이 아니라 명태균 황금폰 때문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태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내란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의된 특검법에 따르면, 특별검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으로부터 2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1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주요 수사 대상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022년 재보궐선거, 제22대 총선 등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 조작 의혹 △불법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공천 개입 및 특혜 거래 의혹 △대선 경선 불법 여론조사 개입 및 명태균과 윤석열 후보, 김건희 여사의 연루 여부 △2022년 대우조선해양 파업 및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과정에서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의 개입 여부 △대통령 일정 등 국가기밀 유출 의혹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법안심사소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검법이 최종적으로 통과될 경우, 윤석열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두값 올라도 커피값 못 올려"... 동네 카페 사장님들의 '눈물의 블랙워터'

 장기화된 고물가에 원두값 폭등까지 겹치면서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 카페들은 원재료비 상승 부담을 견디지 못해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이른바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커피전문점 매출 감소와 폐업, 창업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커피전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나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일반 식당이나, 감소폭이 1%대에 그친 패스트푸드점과 술집에 비해 현저히 큰 하락폭이다.이러한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원두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지목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원두의 대표 품종인 로부스타는 2월 12일 기준 톤당 5,817달러에 거래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약 70%나 오른 수치다. 고급 원두로 분류되는 아라비카 역시 톤당 9,675달러(2월 13일 기준)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이러한 원두값 폭등의 배경에는 글로벌 기후 위기와 국제 정세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아라비카 원두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로부스타 원두의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이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면서 생산량이 20~30%가량 급감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적 관세 정책이 더해지면서 올해도 원두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현재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원두값은 지난해 계약 당시 적용한 금액이 대부분이다. 이는 앞으로 새로운 계약을 맺을 때 더 높은 가격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대형 카페 브랜드들은 이미 커피값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장들은 가격 조정과 원재료비 감내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경영난을 겪으며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서울 용산구에서 약 10평 규모의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A씨는 "아메리카노 1잔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샷 2잔의 원가가 지난해 초 500~600원대였다면, 하반기부터 올 1월까지는 800~900원까지 올라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고품질 원두를 사용한다고 홍보해왔는데, 이제는 더 저렴한 품종으로 바꿔 가격 부담을 줄여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커피전문점 시장의 위기는 원두값 상승만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전국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경쟁에 밀린 업장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커피전문점 창업 붐으로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출혈 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 악화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가 커피 시장의 급성장이다. '메가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 등 이른바 '저가 커피 3대장'의 매장 수는 지난해 약 8,000개로, 4년 반 만에 2배 가량 급증했다. 이들은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소형 개인 카페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업계 관계자는 "카페 창업은 마치 불나방 같은 것"이라며 "잘 되는 가게 옆에 새로운 매장이 금세 들어서는 상황에서 대형 카페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커피전문점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커피 시장이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재편 과정에 있음을 시사한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 카페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콘셉트와 서비스, 그리고 효율적인 원가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커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특색 있는 디저트나 공간 활용, 커뮤니티 형성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커피전문점 시장은 원두값 상승과 시장 포화, 소비 위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자금력과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은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 영세 사업장들의 폐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