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옥중 정치' 윤석열..끝나지 않은 비상계엄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전임 지도부 인사들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하고 그의 메시지를 당에 전달했다. 김기현 전 대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이철규 의원, 정점식 의원, 박성민 의원 등 전임 지도부 5명은 이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 대통령과 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당이 자유 수호와 주권 회복 운동을 진정성 있게 뒷받침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특히 청년층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들, 특히 청년들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당 지도부는 중앙정부와, 의원 및 당협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어려운 분들과 자립 청년, 영세 자영업자를 잘 챙겨달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나라가 여러 위기에 있다는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며, 헌법과 절차의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이 이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윤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탄핵 반대 운동을 이어가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비윤 관계자는 "과거 ‘윤심(尹心)이 민심’이라며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을 움직였던 이들이 이제는 마지막까지 당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영남권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이 같은 행보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국민적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앞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도 지난 3일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면회하고 그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지도부는 "개인적 차원의 방문"이라고 해명했으나, 당 안팎에서는 "결국 당이 대통령의 옥중 정치에 동참하는 형국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대구·경북(TK) 지역 의원 10명 이상이 참석했다. 당은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서 강조한 ‘탄핵 공작’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상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 지시와 관련된 핵심 증인인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박선원 의원 등 4명을 ‘탄핵 내란의 기획자’로 규정하며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반대 운동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탄핵 반대 원외 당협위원장 모임은 오는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서울서부지법, 헌법재판소 등에서 윤 대통령의 석방과 공정한 심판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역사 강사 전한길 씨가 내란 선동 혐의로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부당한 고발"이라며 경기남부경찰청에 신속한 사건 종결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 측의 지지층 결집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탄핵 반대 입장을 밝힌 국민변호인단의 모집이 증가하고 있으며, 10일 기준 참여 인원은 13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변호인단을 이끄는 석동현 변호사는 "특히 20~30대 청년과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40대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온라인으로 모집이 시작된 국민변호인단은 사실상 탄핵 반대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도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윤 대통령께서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나라가 여러 가지 위기에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으며, 헌법 절차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이 이행됐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계엄이 내란이라는 논리는 대한민국 어느 법조문에도 없다"며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옥중 정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여당을 줄 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강전애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구속 취소돼야 하며, 현 상황에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린가드도, 이동경도 '발목 잡힌' 축구경기장..K리그, '잔디와의 전쟁' 선수 안전 '빨간불'

 3월의 이른 개막, K리그 경기장 곳곳에서 선수들과 감독들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르지 못한 잔디 상태는 경기력 저하는 물론, 선수들의 부상 위험까지 높이고 있다.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3라운드 FC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양 팀 모두 1승 1무 1패(승점 4)를 기록, 김천이 6위, 서울이 9위에 자리했다.이날 서울은 10개의 슈팅을 퍼부었지만 유효슈팅은 단 2개에 불과했다. 김천의 슈팅은 고작 2개였다. 리그를 대표하는 2선 공격수 린가드(서울)와 이동경(김천)이 분전했지만, 이들의 패스를 마무리할 공격수가 없었다.해결사 부재만큼이나 아쉬웠던 것은 경기장 잔디 상태였다. 곳곳에 잔디가 패여 있었고, 중계 화면으로도 확연히 드러날 정도였다. 선수들은 엉망인 잔디 탓에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 실제로 린가드는 전반전 중 홀로 뛰다 발목을 접질렸고, 이동경은 잔디로 인한 불규칙 바운드로 헛발질을 했다.경기 후 양 팀 감독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정용 김천 감독은 "환경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후방 빌드업을 시도하려 했지만, 잔디 때문에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지상파 중계 경기였는데, 다이내믹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김기동 서울 감독 역시 "잔디 문제는 1라운드부터 나왔다. 다른 구장도 마찬가지"라며 "리그가 일찍 개막하면서 잔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부상 위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그 일정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반 시설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K리그의 잔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이미 지난 시즌부터 잔디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3일에는 이승우(전북 현대)가 광주FC와의 2라운드 후 "이런 피치에서 경기하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에서 '잔디 상태 악화'로 경기 불가 판정을 받는 굴욕을 겪었다.이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정승원(서울)은 "오늘 양쪽 발목이 돌아갔다. 잔디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며 "선수들끼리 '안전하게 하자'고 얘기했다"고 토로했다. 조영욱(서울) 역시 "이런 잔디에선 뛰다가도 그냥 넘어진다. 패스할 때마다 공이 튀는 걸 봐야 한다"며 씁쓸해했다.K리그의 수준 높은 경기력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잔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선수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리그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