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민주, 조기대선 겨냥 'AI·방산·바이오' 성장 계획 가동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가 새해 첫 세미나를 개최하고, 산업 주도형 성장 전략을 강조했다. 경제 정책의 중심을 기존 재정 정책에서 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삼성전자급 대기업 6개를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장은 민주당, 대한민국 성장 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집권플랜본부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민주당 내 대선 준비 조직으로 평가된다. 첫 세미나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화 정책 계승을 강조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활동이 중단됐다. 최근 경제를 주요 의제로 설정하며 세미나를 재개한 것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주형철 K먹사니즘 본부장은 기존 재정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발독재 이후 한국 경제는 재정 정책이 주도해왔으며, 확장 재정과 축소 재정, 분수효과와 낙수효과 논쟁이 반복됐다"며 "이제는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산업에 개입하는 추세다. 우리가 미국을 따라잡고, 중국과 격차를 벌리며, 일본·이스라엘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강력한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골드만삭스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태어난 아이들이 15세가 되는 시점에 대한민국은 0%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고, 30대가 되면 마이너스 성장률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그러나 AI(인공지능) 산업을 적극 육성할 경우 연평균 1.8%의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는 기존 성장 전략을 혁신하고, 새로운 산업 중심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본부장은 향후 5년을 대한민국 성장 혁신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며, 기존 제조업과 정보통신(IT) 역량을 활용해 AI, 문화, 안보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목표로 △AI(인공지능) △Bio(바이오) △Culture(문화) △Defense(방산) △Energy(에너지) △Food(식량) 등 이른바 'ABCDEF' 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급 대기업 6개(헥토콘, 기업가치 100조 원 이상)와 유니콘 기업 100개(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육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재 1%대인 경제성장률을 5년 내 3%대로, 10년 내 4%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핵심은 기술 기업을 성장의 중심에 놓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급 빅테크 기업 6개가 탄생하면, 이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 기업이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대구·경북, 전라, 충청, 서울·경기 등 주요 지역에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지역 균형 발전도 이뤄질 것"이라며 "성장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토 균형 발전으로 이어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성장 전략이 시급한 과제라며 공감을 표했다. 다만, 성장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우클릭 행보로 당내 반발이 있었던 만큼, 전통적 가치인 복지를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접근했다.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성장 우선 전략은 성장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이 강조해온 복지는 지속될 것이고, 오히려 더 심화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IT와 문화를 성장 전략으로 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하는 등 민주당은 항상 민주적 성장을 이끌어왔다"고 강조했다.

 

집권플랜본부 기획상황본부장 김영호 의원 역시 "민주당은 성장을 소홀히 한 적이 없다. 다만 분배 정책을 더 강조해왔을 뿐"이라며 "성장이 없는 분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집권플랜본부 부본부장 김병욱 의원도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복지를 목표로 하되, 그 수단은 성장이어야 한다. 과거에는 성장이 자연스럽게 이뤄졌지만, 현재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며 복지를 위한 재정 마련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민주당이 향후 경제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조하며 기존 재정 중심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민주당이 내세운 'AI·바이오·방산' 중심 성장 전략이 실현될 경우, 대한민국의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향후 민주당이 이를 구체적인 공약으로 발전시킬지, 그리고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어떤 정치적 파급 효과를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서는 적자, 해외서는 돈방석... CGV의 이중적 경영 실체

 CJ CGV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0일 영화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달 근속 7년 이상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이로 인해 약 8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희망퇴직은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이루어진 인력 구조조정으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의 경영난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게는 근속 연수에 따라 월 기본급의 100% 이상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기 근속 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하고 퇴직 후 재취업 과정에서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희망퇴직이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국내 영화 산업 전반의 위기를 반영하는 신호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가가 어려워진 데 따라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GV는 지난해 하반기 흥행작의 부재로 인해 국내 영화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국내 사업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CGV의 국내 극장 사업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억원(1.9%)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되었다.이러한 국내 사업의 부진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소비자들의 영화 관람 패턴과 OTT 플랫폼의 급성장, 그리고 콘텐츠 다양성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극장 관람 문화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티켓 가격 인상,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도 관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CGV의 해외 사업은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CGV의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세를 기록했다. 2023년 CGV의 전체 매출액은 1조 9,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121억원(26.7%)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억원(54.6%) 늘어나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이러한 해외 사업의 호조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과 함께 영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CGV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CGV는 국내 시장의 부진을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로 상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업계 전문가들은 CGV의 이번 희망퇴직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중장기적인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이 좋은 해외 사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재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영화 상영 중심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한편, 영화계에서는 CGV의 희망퇴직이 국내 영화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극장 체인의 경영 악화는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규모의 영화나 독립영화의 경우 상영 기회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영화 다양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CGV의 이번 희망퇴직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미디어 소비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영화 상영 산업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CGV를 비롯한 국내 극장 체인들이 어떻게 사업 모델을 혁신하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극장으로 돌릴 수 있을지 영화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