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 경매장에… 64억원어치 작품 쏟아진다

 2025년 을사년 새해, 미술 시장의 문을 여는 첫 대형 경매에 한국 미술사를 장식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서울옥션은 오는 18일 강남센터에서 개최되는 '제182회 미술품 경매'에 총 130점, 낮은 추정가 총액 약 64억 원 규모의 작품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조선 후기 실학자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대동여지도' 신유본이다. 1861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가로 20cm, 세로 30cm 크기의 목판 126면을 이어 붙여 완성한 지도로, 원래의 분첩절첩식에서 병풍 형태로 변형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대동여지도'는 목판 인쇄뿐 아니라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린 채색을 더해 예술적 가치까지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까지 국내외에 존재하는 '대동여지도'는 35점에 불과하며, 대부분 박물관이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어 개인이 소장할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이번 경매에는 3억 2천만 원에서 최대 10억 원의 가격이 매겨졌으며,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작품 'TV 로봇(해커뉴비)' 또한 경매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1974년 제작된 이 작품은 TV, 라디오, 전화기 등 당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였던 매체들을 활용해 이족보행 로봇의 형태를 구현했다. 백남준은 이 작품을 통해 '전자 초고속도로'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미래 사회의 모습을 예측하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추정가는 1억 3천만 원에서 2억 5천만 원이다.

 


이 밖에도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1988년 한국 작가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본 전시에 초대받았던 김관수의 '무제'는 캔버스에 나뭇가지를 십자 형태로 배치하고 잔가지를 그려낸 작품으로, 실재와 허상, 생성과 소멸 등 대비되는 개념들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에 경매된다.

 

근대 미술의 거장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인물화의 대가 이당 김은호의 '신선도'는 웅장한 화폭에 담긴 신선의 모습을 통해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력과 뛰어난 묘사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동양화의 전통적인 화풍에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시킨 모더니스트 이인성의 '산수인물도', 입체주의적인 화풍으로 파리 센강의 풍경을 담아낸 박영선의 '센강의 책 상인' 등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들은 18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국 미술사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막걸리가 와인보다 과학적이다! '조상님들의 비밀 레시피' 최초 공개

 동서양을 대표하는 두 발효주, 와인과 막걸리의 제조 과정에는 흥미로운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제조 방식의 차이를 넘어, 인류 문명의 발달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와인의 역사는 인류 문명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최초의 와인은 약 8000년 전 조지아 지역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를 거쳐 서유럽으로 전파되며, 특히 기독교 문화권에서 성찬용 포도주로 사용되면서 더욱 발전했다.와인 제조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단순함에 있다. 포도알을 으깨면 자연스럽게 과즙이 나오고, 포도 껍질에 붙어있는 야생 효모가 당분을 분해하며 자연스럽게 발효가 시작된다. 이런 단순한 '단발효' 과정 덕분에 인류는 일찍부터 와인을 즐길 수 있었다.반면 우리의 막걸리는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쌀이라는 원재료부터가 그렇다. 쌀에는 포도와 달리 효모가 바로 먹을 수 있는 당분이 없다. 쌀의 주성분인 전분을 먼저 당분으로 분해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당화' 과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효소가 필요하다.우리 조상들은 이 문제를 누룩이라는 독특한 발효제로 해결했다. 누룩은 밀이나 보리를 빚어 만든 덩어리로, 그 안에는 효소와 효모가 모두 들어있다. 효소가 먼저 전분을 당분으로 분해하고, 이어서 효모가 그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병행 복발효' 방식이다. 이는 마치 압축파일을 푸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이러한 복잡한 과정은 역설적으로 한국 전통주의 다양성을 가져왔다. 막걸리 원액은 14~15도의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데, 이를 걸러내면 약주가 되고, 맑은 윗부분만 따로 모으면 청주가 된다. 더 나아가 이를 증류하면 소주가 탄생한다. 조선 시대 명주로 꼽히는 감홍로나 홍로주도 모두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효모와 효소의 차이다. 한자어를 살펴보면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효소(酵素)는 '항아리 속에서 흰 쌀을 삭히는 물질'을, 효모(酵母)는 '삭힌 것을 품고 술을 낳는 어머니'를 의미한다. 이처럼 정교한 발효 과학이 우리 전통주 문화에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현대에는 맥주라는 또 다른 양조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맥주는 보리를 발아시켜 효소를 얻는 '단행 복발효'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막걸리의 병행 복발효만큼 높은 도수를 얻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각각의 발효 방식은 그 지역의 문화와 기후, 농작물의 특성을 반영하며 발전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