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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점퍼男, 구속될까?… 서부지법 난동 주범 구속 갈림길

 '윤석열 대통령 구속' 가짜 뉴스에 선동돼 서울서부지법에 난입,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무더기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지난달 19일 새벽 벌어진 이 사건은  가짜 뉴스의 심각성과 함께, 사법 질서를 유린하는 집단 폭력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특히 난동 현장에서 녹색 점퍼를 입고 주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남성 A씨는 온라인상에서 '녹색 점퍼남'으로 불리며 공분을 샀다.

 

4일 서울서부지법은 공동건조물침입·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A씨는 당시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법원 당직실 유리창을 깨고 경찰관들에게 소화기를 난사하는 등 폭력의 선봉에 선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소화기를 이용해 법원 내부 유리문을 파손하려 하거나 보안장치를 훼손하는 등 공공기물 파손 혐의도 무겁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CCTV 분석 등을 통해 A씨를 특정하고 추적해왔으며, 지난 2일 도주 중이던 A씨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A씨의 범행 가담 정도와 도주 우려, 증거 인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서부지법에서는 A씨 외에도 또 다른 난동 가담자 B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함께 열린다. B씨는 같은 날 법원에 침입해 방송사 기자를 폭행하고 촬영기기를 빼앗은 혐의(강도상해·공동건조물침입)를 받는다. B씨는 당초 법원 침입 혐의만 인정하고 경찰에 자수했으나, 수사 과정에서 기자를 폭행하고 촬영 장비를 강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B씨는 훔친 촬영기기를 아직 돌려주지 않고 있으며, 범행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B씨 역시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사건은 가짜 뉴스가 개인의 분노를 넘어 집단적인 폭력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사법기관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폭력 사태는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법원이 두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엄정한 법의 심판을 내릴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기 돈 한 푼 없이 800채 매입…‘무자본 갭투자’ 일삼은 일가족의 몰락

 수백 명의 임차인에게서 76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의 주범 정모 씨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최종 확정됐다. 이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담보로 한 악질적인 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의 전세사기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 할 수 있다.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5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범행에 가담한 그의 아내와 아들 역시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며, 가족 전체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로써 2년 넘게 이어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이들 일가족의 범행은 매우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주범 정 씨 부부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본인들과 임대법인 명의를 동원해 수원시 일대의 주택 약 800세대를 사들였다.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새로운 주택을 매입하는 소위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은 임차인 50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총 760억 원을 편취했다.아들 정 씨의 역할은 범행의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고리였다. 감정평가사였던 그는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임대할 건물의 시세를 의도적으로 부풀려 감정평가했다. 부풀려진 시세는 새로운 임차인을 속여 더 높은 보증금을 받아내거나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데 활용됐다. 그는 2023년 4월부터는 아예 임대업체 소장으로 근무하며 직접 전면에 나서 30여 명을 상대로 4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앞선 1심 재판부는 주범 정 씨에 대해 “피고인에게 준법의식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질타하며 당시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을 선고했다. 범행 수법의 악랄함, 피해 규모의 심각성, 범행 후 반성 없는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지난 5월 열린 2심에서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정 씨 부자의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기도 했다. 다만 아들 정 씨의 일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는 등 일부 판단이 변경되었으나, 사건의 핵심인 대규모 사기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과 중형의 틀은 그대로 유지됐다.결국 대법원은 검사와 피고인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기나긴 법정 다툼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 및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정 씨 일당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을 알면서도 범행을 계속했으며(미필적 고의), 가족 구성원 모두가 범죄에 함께 책임이 있다(공동정범)는 하급심의 판단이 정당했음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