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비발디 만난 동방신기, 멘델스존 입은 소녀시대… K팝, 클래식으로 새롭게 피어나다

 익숙한 K팝 히트곡들이 클래식의 웅장함을 입고 전혀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클래식∙재즈 레이블 에스엠 클래식스(SM Classics)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첫 정규 앨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이야기다.

 

이번 앨범은 단순히 K팝을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편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클래식 음악의 거장들의 작품을 접목시켜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것은 다름 아닌 동방신기의 데뷔곡 '허그(hug)'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샘플링하여 원곡의 설렘을 극대화했다. 뒤이어 웅장한 브라스 연주가 돋보이는 보아의 '넘버 원(No.1)'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중 '정경'을 접목, 화려함을 더했다.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순수)'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샘플링, 원곡의 강렬함을 극대화했다. 

 

SM 측은 "원곡의 드라마틱한 구성과 역동적인 댄스 브레이크를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구현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타이틀곡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서곡을 접목,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들의 순수한 열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샤이니의 '셜록'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중 '젊은 왕자와 공주'를, 엑소의 '으르렁'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2악장을 샘플링하여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은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을 활용해 우아한 현악기 사운드를 가미했고, 에스파의 '블랙맘바'는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을 접목,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단순한 리메이크 앨범을 넘어, K팝과 클래식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앨범 전곡은 오는 2월 14일과 15일 양일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에스엠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로 만나볼 수 있다. 

 

음원은 공연 당일인 14일 오후 6시부터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경이롭다” 빌 게이츠가 홀린 한국의 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앤멜린다 게이츠재단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21일 하루 동안 한국 정치·경제·보건 주요 인사들을 연달아 만나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를 차례로 예방하고, 국내 언론과 간담회를 갖는 등 광범위한 ‘광폭 행보’를 펼쳤다. 방한의 핵심 목적은 한국과의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였지만,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첨단 기술과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한 논의도 병행됐다. 특히 게이츠 이사장은 저소득 국가 백신 보급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의 협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대감을 높였다.이날 오전 게이츠 이사장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는 한국의 백신, 진단기기, 솔루션 분야 기술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이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제품들이 경이로운 수준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 공공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함께 에스디바이오센서,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 구체적인 국내 기업들을 직접 거론하며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과 진단기기의 성과를 언급하며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인류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협력할 방안을 최대한 모색하겠다”고 화답했다.오찬 자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이 이어졌다. 양측은 글로벌 보건 협력 확대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김 총리는 오는 가을 한국에서 열릴 세계 바이오 서밋 행사에 게이츠 이사장의 참석을 요청했다. 또한 게이츠재단 한국사무소 개소를 통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채널을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게이츠 이사장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일정에서는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회담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글로벌 보건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같은 국가의 적극적인 재정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에 대해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국회도 초당적으로 ODA 확대를 지지하며 보건 협력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같은 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며, 한국이 글로벌 보건 향상을 위한 예산 배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그는 또 최근 재단이 진행 중인 아프리카 언어 기반 AI 파일럿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현지 주민들과 인공지능이 대화하며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약 개발과 보급 과정에서도 큰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국제 보건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앞으로 재단의 주요 사업 축 중 하나임을 밝힌 것이다.이번 방한을 계기로 국내 바이오 업계와 게이츠재단 간 협력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재단과 단독 미팅을 열고 차세대 예방 의약품 개발 및 글로벌 보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트레버 먼델 게이츠재단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 또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역시 같은 날 게이츠재단과 간담회를 갖고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쿼드메디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7곳이 참여해 백신·치료제·진단기기 개발 현황을 공유하고 재단의 국제 보건 투자 방향과 접점을 찾았다.게이츠 이사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세계 보건 증진에 적극 활용하려는 전략적 구상과 맞닿아 있다. 그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재정적 기여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업계를 상대로는 실질적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AI와 SMR 같은 미래 기술 분야까지 논의의 범위를 확장한 점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이 단발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향후 구체적 프로젝트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혁신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