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만원대 선물세트가 대세"...초저가 시대 접어든 명절 선물 시장

 경제 한파가 명절 선물 문화마저 바꾸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발표한 '2024년 설 명절 소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실용적이고 알뜰한 명절 준비에 나설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받고 싶은 선물'과 '주고 싶은 선물' 간의 뚜렷한 간극이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2%가 '현금이나 상품권'을 받고 싶다고 답했지만, 정작 이를 선물하겠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대신 과일·농산물(48.5%)이나 정육(29.2%) 등 전통적인 명절 선물이 여전히 선물용으로 선호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요즘은 3만 원대 선물세트를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작년만 해도 10만 원대 선물세트가 잘 나갔는데, 올해는 진열해놓기도 미안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실제 조사에서도 선물 가격대는 '3~5만 원'이 52.1%로 가장 높았으며, 20만 원 이상 고가 선물을 준비한다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전체 설 선물 예산도 '20~29만 원'이 24.9%로 최다를 기록했는데, 이는 5년 전 평균 예산이었던 35~40만 원대와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향후 전망이다. 응답자의 31.66%가 작년보다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으며, 지출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지출 감소의 주된 이유로는 지속되는 고물가(58.9%)와 경기 불황(36.7%), 가계부채 증가(31.0%) 등이 꼽혔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올해 설 물가를 분석한 결과, 주요 선물세트 가격이 평균 12% 상승했다"며 "특히 과일선물세트는 작년 대비 20% 이상 올라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성비'(68.2%)를 가장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삼고 있었다.

 

유통업계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맞춰 1~3만 원대 실속형 선물세트를 대거 출시하고 있다. A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작년보다 30% 늘렸다"며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선물세트도 새롭게 기획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번 설이 내수 활성화의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 지원 확대, 전통시장 활성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진출 거부하고 1900억 매출... 고집센 성심당, 빵업계 '황제' 등극

 대전을 대표하는 지역 빵집 성심당이 지난해 19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국에 1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프랜차이즈 뚜레쥬르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점이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심당의 2023년 매출액은 1937억6000만원으로, 전년(1243억원) 대비 5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전년(315억원)보다 50% 늘어났다. 이는 뚜레쥬르 운영사인 CJ푸드빌의 지난해 영업이익 299억원(별도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성심당의 성장세는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2020년 48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1년 628억원, 2022년 817억원을 거쳐 2023년에는 1243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억원 대를 돌파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단일 빵집으로는 최초로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기록이다.이러한 호실적에 힘입어 성심당의 매장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말 10개에 불과했던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 16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성심당이 대전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지 않고도 이 같은 성과를 이루었다는 것이다.1956년 문을 연 성심당은 67년이 넘는 역사 동안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하며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러한 원칙은 신선함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성심당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성심당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대전역에 분점을 낸 이후부터다. 특히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성심당의 치아바타와 바게트가 아침 식사로 제공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런 명성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 대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성심당 빵은 꼭 사 가야 할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성심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2021년부터는 매년 대전관광공사 주최, 대전시의 후원으로 '대전 빵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 축제는 성심당을 중심으로 대전의 다양한 빵집들이 참여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대전을 '빵의 도시'로 브랜딩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성심당의 성공 비결은 지역 기반을 단단히 하면서도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경영 철학에 있다. 전국 체인으로 확장하는 대신 대전이라는 지역에 집중하여 신선한 제품을 제공하는 전략이 소비자들의 꾸준한 지지를 얻은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빵과 함께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확보했다.성심당의 대표 상품인 '튀김소보로'를 비롯해 '미니꽈배기', '판타롱부추빵' 등은 대전을 방문하는 이들이 반드시 구매하는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시그니처 제품들은 성심당만의 독특한 레시피와 노하우로 만들어져 타 브랜드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전국적인 확장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추세 속에서, 성심당은 지역 기반 빵집으로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도 성심당이 대전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베이커리 브랜드로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