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주한미군, 中 간첩단 체포설 "완전 거짓"

지난 16일 열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2차 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주요 쟁점으로 제기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배진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고 있으며, 이를 밝히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들이 체포됐다는 인터넷 기사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배 변호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이 압송됐다는 풍문이 있다”며, “탄핵 심판 증거 조사에서 관련 내용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인용한 기사는 극우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보도한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로, 계엄군과 미군이 중국인들을 체포해 조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매체는 ‘정통한 미군 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중국인들이 선거 개입 혐의를 자백했으며, 이후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국제적 부정선거 카르텔을 단죄하기 위해 공조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계 유진 유 전 하원의원을 특사로 파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기존 기사의 내용이 유튜브를 통해 왜곡·확대 재생산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24일 시사IN은 ‘12·3 선관위 연수원에서 실무자·민간인 90여명 감금 정황’이라는 기사를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민간인들이 통제당한 정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과 매체를 거치며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질됐다.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구독자 147만명)의 신인균 씨는 시사IN의 보도를 인용하며 “감금된 인물들이 한국인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인’ 개입설을 최초로 주장했다. 이후 스카이데일리는 이를 ‘중국인 해커부대 90명’으로 둔갑시켜 보도했다. 이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까지 가세하면서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확산됐다.

 

스카이데일리는 추가 보도를 통해 한미 공조로 중국인 간첩단이 체포됐다고 주장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계엄군이 선거연수원에 진입한 사실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선관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계엄 당시 선관위 공무원 교육이 진행 중이었으며, 연수원에는 공무원 88명과 외부 강사 8명 등 96명이 있었다”며 “계엄군이 청사 내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계엄군 급습과 중국인 체포설 모두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시사IN 또한 “선거연수원 내부 CCTV 확인 결과, 계엄군이 건물에 진입한 장면은 없었다”고 보도하며 오보를 바로잡았다. 이에 선관위는 허위 보도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 및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한편, 스카이데일리는 여전히 자신들의 보도가 사실임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 매체 대표는 JTBC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취재 기자에게 너무 깊이 묻지 않는다. 정보가 샐 수 있기 때문”이라며 “기사에 ‘확인됐다’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기자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객관적인 증거 없이 신뢰성이 떨어지는 주장만을 반복하는 태도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극우 매체와 유튜브 채널이 가짜뉴스를 증폭시켜 확산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측이 이를 탄핵 심판에서 근거로 활용하는 초유의 상황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관령마저 무릎 끓어... 2025년 한반도는 거대한 '찜통'이었다

 2025년 여름은 대한민국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역대 가장 짧았던 장마, 한 달이나 일찍 찾아온 살인적인 무더위,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쏟아진 국지성 집중호우의 반복은 올여름 기후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분석되었다.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여름철(6~8월) 기후 특성 분석 결과'는 우리가 경험한 올여름이 단순한 변덕이 아닌, 심각한 기후 변화의 전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가장 두드러진 것은 단연 '역대 최악의 폭염'이다. 2025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7℃로, 역대 최고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평년보다 무려 2.0℃나 높은 수치로, 한반도가 얼마나 뜨겁게 달아올랐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통상 장마가 끝나는 7월 말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 달이나 빠른 6월 말부터 폭염이 시작되었고, 더위가 물러간다는 절기인 처서(8월 23일)를 비웃기라도 하듯 늦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특히 8월 하순의 전국 평균기온은 27.8℃로 평년보다 3.9℃나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강원도 강릉과 대관령 등 13개 관측 지점에서는 8월 하순의 일일 최고기온이 새롭게 기록되는 기염을 토했다.이러한 전례 없는 더위의 원인으로 기상청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6월 말부터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르게 확장했고,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고기압이 장기간 정체했으며, 7월 하순부터는 티베트고기압까지 가세해 한반도를 거대한 '열돔'에 가두었다. 여기에 열대 서태평양의 대류 활동 강화와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이 고기압의 세력을 더욱 키우고 유지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결과적으로 전국 폭염일수는 28.1일로 평년(10.6일)보다 17.5일이나 많았고, 특히 대관령에서는 197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밤에도 더위가 식지 않는 열대야일수 역시 전국 평균 15.5일로 평년보다 9일이나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열대야가 무려 46일간 이어져 평년(12.5일)의 3.5배를 훌쩍 뛰어넘으며 1908년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우는 등, 시민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여름밤을 보내야 했다.반면, 비는 매우 변칙적인 패턴을 보였다. 장마는 예년보다 일찍 시작해 역대급으로 짧게 끝났다. 제주도는 6월 26일에 장마가 종료되어 역대 가장 빨랐고, 남부지방 역시 7월 1일에 끝나 두 번째로 이른 종료 시점을 기록했다. 장마 기간 자체가 각각 15일과 13일에 불과해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마른 장마'가 스치듯 지나가면서 여름철 전국 강수일수는 평년보다 9.2일이나 적은 29.3일에 그쳤고, 총 강수량도 619.7mm로 평년의 85.1% 수준에 머물렀다.하지만 총 강수량 감소가 가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비가 내리는 날은 적었지만, 한번 내릴 때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국지적으로, 그리고 매우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7월 중순과 8월 전반에는 일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호우가 발생해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강원 영동 지역은 태백산맥의 지형 효과와 남서풍의 우세로 동풍이 거의 불지 않아, 여름철 강수량이 평년의 34.2% 수준인 232.5mm에 불과했고, 강수일수 역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한반도 내에서도 폭염, 폭우,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극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이미선 기상청장은 "올여름은 복합적인 기상재해의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며,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재해 양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신속한 정보 제공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