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1억의 침묵" 11년간 양육비 외면한 아버지, 결국 법의 심판

 2012년 네 살배기 아이에게 아버지는 세상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해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는 세상의 반쪽을 잃었고, 아버지는 약속 하나를 남겼다. "매달 100만 원씩 양육비를 보내줄게" 아이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부모로서 마지막 양심의 발로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약속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허공에 흩어졌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 전해진 것은 침묵과 무관심뿐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되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양육비는커녕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1억 원이 넘는 양육비는 아이의 웃음을 앗아간 채, 홀로 남은 엄마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참다못한 엄마는 결국 법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2022년, 법원은 A씨에게 5000만 원을 50개월 동안 분할하여 지급하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법원의 명령마저 무시했다. "법대로 하라"는 듯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법원은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기 위해 A씨에게 감치 명령을 내렸다. 감치는 일정 기간 구금하는 제재 조치이지만, A씨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는 감치 처분 이후에도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며 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A씨의 무책임한 행동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20일 울산지법 형사9단독 이주황 판사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나마 전처에게 양육비 5200만 원을 지급한 점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양육비 분쟁을 넘어, 한 아이의 삶과 미래가 걸린 문제였다. 양육비 미지급은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 아닌,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경제적 살인'이나 다름없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양육비 이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법원이 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내 아기 품기도 전에..산모 사망, '무통주사'가 앗아간 생명

 출산을 앞둔 20대 산모가 대전의 한 산부인과에서 무통주사(경막외마취) 시술 직후 의식불명에 빠진 뒤 약 3주 만에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의료진의 업무상 과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며 진실 규명에 나섰다.지난달 11일, 대전경찰청은 대전 동구에 위치한 A산부인과 의원 원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 의료사고를 넘어, 한 가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비극적인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사건은 지난 6월 15일 오후, 29세 산모 B씨가 진통을 느껴 남편과 함께 A산부인과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입원을 준비하던 B씨는 오후 5시 45분경 가족분만실에서 담당 원장으로부터 경막외마취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시술 10분 만에 B씨는 극심한 어지럼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원장은 산모의 활력 징후와 태아 심박동이 불안정하다고 판단,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고 B씨를 수술실로 옮겼다.하지만 B씨는 오후 6시경 수술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의식을 잃었고, 의료진은 119에 신고하는 동시에 급히 수술을 진행해 아이를 꺼냈다. 이후 27분간 심폐소생술과 기도 삽관 등 응급 처치가 이어졌지만, B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B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신생아는 신생아중환자실로 각각 이송됐다. 사고 당일 대학병원 담당의사는 의무 기록지에 "심정지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의식 호전 가능성 매우 희박"이라는 소견을 남겨 산모의 위중한 상태를 짐작게 했다. 6분간 산소 호흡이 중단됐던 신생아는 저체온 치료를 받고 열흘 뒤 퇴원했지만, B씨는 연명치료를 받다 지난달 7일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유족 측은 무통주사 시술 과정에서 의료과실이 있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막외마취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바늘이 경막을 뚫고 들어가 척추관 내 중추신경인 척수에 약물이 주입되는 '척추마취'가 잘못 이뤄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 시에는 약물 용량이 적고 강도 조절이 용이한 경막외마취를 시행한다. 반면 척추마취는 약물이 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짧은 시간에 강한 마취 효과를 내지만, 약물 용량을 소량만 투입해야 하는 등 매우 정교한 시술을 요한다. 이러한 유족의 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부검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국과수는 최근 유족에게 "경막외마취를 위해 삽입한 가는 관(카테터)이 경막 안으로 깊이 들어가 척추마취가 이뤄져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B씨가 이송되었던 대학병원 의무기록지에도 "타 병원(A의원)에서 환자에게 삽입한 카테터에서 뇌척수액으로 판단되는 맑은 액체가 발견됐다. 척추강 내 카테터가 삽입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의료과실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사건 당시 가족분만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며, 응급 제왕절개가 진행된 수술실 CCTV 역시 녹화되지 않아 복도 영상만 경찰이 확보한 상태다. 수술실 CCTV는 환자나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응급 상황이라 동의 절차를 거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A산부인과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과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고, 과실이 아니더라도 산모가 사망한 이상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 관리와 의료진의 책임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의료 과실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고,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