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000석 함성 듣는다" 커진 연극 무대, 해외로 간다

 공연계에 '대극장 연극' 바람이 거세다. 1000석 이상 대형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연극이 큰 인기를 거두며 스타 배우들의 출연도 잇따르고 있다.

 

국립극단은 오는 11월 1200석 규모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창작극 '허난설헌'(가제)가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이 수도권 대극장에 오르는 것은 2013년 '아시아 온천' 이후 12년 만이다. 

 

같은 달 소설·영화로 유명한 '라이프 오브 파이'도 국내 초연 무대를 갖는다. 뮤지컬 '알라딘' '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에스앤코가 제작을 맡아 스케일 큰 무대를 예고했다. 지난해 '햄릿'으로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았던 신시컴퍼니는 7, 8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렛미인'을 9년 만에 다시 올린다.

 

대극장 연극 열풍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배우 황정민 주연의 연극 '맥베스'(국립극장 해오름극장)가 흥행하며 전체 연극 티켓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47%나 급증했다. 통상 공연계 비수기인 여름에 거둔 성과라 더욱 주목받았다.

 


대극장 연극 인기 요인으로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첫손에 꼽힌다. 영상 콘텐츠 제작 편수가 줄면서 연극 무대로 눈을 돌리는 배우들이 늘어난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소극장 장기 공연보다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를 앞세운 단기 공연이 수익성이 좋다. 여기에 명성 있는 연출가 섭외도 용이하다.

 

5월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헤다 가블러'는 배우 이영애의 출연 여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연출은 동아연극상 3관왕에 빛나는 전인철 연출가가 맡는다.

 

대극장 연극은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 지난해 호평 속에 공연됐던 전도연·박해수 주연의 연극 '벚꽃동산'은 올 하반기 해외 공연을 준비 중이다. 국립극단 역시 '허난설헌'의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박정희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한국 연극의 성공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켓 가격 상승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극장, 스타 배우, 화려한 무대 연출에 들어가는 비용이 고스란히 티켓 가격에 반영되면서 '티켓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흥민 패싱' 논란…AFC, 기준이 대체 뭐길래 이런 결과가

 아시아 축구계에 때아닌 논란이 불거졌다. 아시아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현재 진행형인 아이콘, 손흥민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올해의 국제선수상 후보 명단에서 제외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그의 프로 커리어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였으며, 아시아 선수로서 유럽 클럽 대항전 우승을 주장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성과로 평가받았다. 부상 등으로 인해 이전 시즌만큼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팀의 구심점이자 리더로서 일궈낸 값진 성과를 고려하면 이번 후보 제외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아시아 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AFC 올해의 선수' 부문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말레이시아 리그의 아리프 아이만이 자국 선수 최초로 후보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하지만, 그의 소속팀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고 말레이시아 대표팀 역시 월드컵 3차 예선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과연 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최상위 3인에 들 만한 활약을 펼쳤는지는 물음표가 붙는다.손흥민이 빠진 국제선수상 후보 자리는 공교롭게도 '차세대 에이스' 이강인이 채웠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으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포함한 트레블(3관왕)을 달성하는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시즌 내내 확고한 주전으로 활약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팀의 압도적인 전력 덕을 본 측면이 크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강인과 함께 후보에 오른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나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 역시 각자의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주장으로서 유럽 대항전 우승이라는 명백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손흥민의 공헌도를 넘어섰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결국 AFC의 이번 결정은 개인의 상징적인 성과나 팀 내에서의 리더십과 영향력보다는, 소속팀의 최종 성적이나 표면적인 타이틀 개수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 축구는 2012년 이근호 이후 아시아 내 올해의 선수 맥이 끊겼고, 국제선수상은 손흥민과 김민재가 명맥을 이어왔다. 이제 팬들의 시선은 생애 첫 후보에 오른 이강인이 과연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선배들의 길을 이을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아시아 최고의 별이 펼친 역사를 외면한 듯한 AFC의 선택은 두고두고 아쉬움과 논란을 남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