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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하고 불길…尹 체포영장 집행 날, 공수처 앞 분신 시도 '충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저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위치한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인근에서 한 남성이 분신을 시도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평온했던 저녁 시간, 정부과천청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후 8시 5분경, 공수처 청사에서 불과 300m 떨어진 녹지대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산책하던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고, 놀란 비둘기 떼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가까이 가보니 한 남성이 온몸에 불이 붙은 채 쓰러져 있었다"며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경찰관이 즉시 소화기를 들고 달려가 불을 끄기 시작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10여 분 만에 불길이 완전히 잡혔다. 하지만 60대로 추정되는 남성 A씨는 이미 온몸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즉시 A씨에게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A씨는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매우 위독한 상태"라며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있지만 예후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신원 확인에 나서는 한편, 현장에서 발견된 녹슨 펜과 안경 등 유류품을 토대로 정확한 분신 동기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A씨의 신원이나 분신 동기를 추정할 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복장이나 소지품에서 특별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같은 날, 같은 공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분신 시도 장소가 공수처 청사 인근이라는 점에서, A씨가 현 정국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과 좌절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 조사와 현장 CCTV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수라장이 된 부울경 연설회..‘배신자’ 고함 난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전한길 씨 논란 이후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며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권 합동연설회는 시작부터 극도의 긴장과 대립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탄핵 반대파(반탄)’ 지지자들과 ‘탄핵 찬성파(찬탄)’ 후보들이 한 공간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전혀 화합적이지 않았다. 사회자는 이례적으로 개회 전 “행사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사람은 퇴장 조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렸다. 이는 이전 지역 연설회에서 발생한 소란 사태를 의식한 조치였다. 모든 후보들은 ‘경쟁 후보 비방과 모함을 하지 않겠다’는 공정경쟁 준수 서약에 서명하며 단상에 올랐지만, 장내 공기는 차갑고 불안정했다.전날까지도 논란의 중심이었던 전한길 씨는 지난 8일 대구·경북권 합동연설회에서의 소란 이후 당 지도부의 결정으로 행사장 출입이 금지됐다. 그러나 전 씨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강성 당원들은 그의 목소리를 대변하듯 거친 구호와 야유를 쏟아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연단에 오르는 순간, 여기저기서 항의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잠시 멈칫한 송 위원장은 “부울경 당원들이 활기와 열정이 넘친다”고 웃어 넘기려 했지만, 계속되는 항의에 “여러분이 분노를 터뜨려야 할 대상은 이재명 정권”이라고 맞받았다.이날 연설회에서 반탄파 후보들은 장내 격앙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조경태 당 대표 후보는 전날 내란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한 진술을 한 뒤, 찬탄파로 분류돼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문수 후보는 “내란특검에 동조해 당을 내란동조세력으로 몰아선 안 된다”며 “이재명 독재를 끝장내기 위해 미국 등 우방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을 “헌법기관인 사법부를 장악하고 검찰을 해체하는 소리 없는 계엄의 주체”라고 규정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해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이재명을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후보 역시 조 후보를 겨냥해 “대선이 끝나고도 내부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내란동조세력 운운하는 발언은 내부 총질”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신동욱 후보는 “특검 앞에 나가 동지의 등에 칼을 꽂는 자들이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불순 세력을 척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범규·최수진 후보도 “내부 총질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반탄파 지지층을 결집시켰다. 박홍준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탄핵의 문으로 밀어넣은 세력이 당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반면 찬탄파와 쇄신파 후보들은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조경태 후보가 연단에 오르자 장내 곳곳에서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조 후보는 손짓으로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처를 보냈으나 소동은 계속됐다. 사회자가 나서서 진정시키는 가운데 어렵게 연설을 시작한 그는 “국민과 당원을 배신한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며, “탄핵 반대와 부정선거, 윤석열 재집권을 주장하는 세력을 반드시 몰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훼방꾼을 청산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전한길 씨로부터 “배신자” 공격을 받았던 김근식 후보 역시 연설 전 장내가 조용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일부 당원들이 “배신자”라고 외치자 그는 “배신자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집단은 조폭”이라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보다 중요한 건 국민과의 신뢰”라고 맞받았다. 안철수 후보는 전 씨를 겨냥해 “한 마리 미꾸라지가 난동을 부렸다”며 “계엄에 찬성하고 윤석열 재집권을 신봉하는 극단 세력에 기대 표를 구걸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보수정당의 근본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무대 밖에서도 갈등은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조경태 후보의 발언을 “민주당보다 과격하다”고 평가했고, 조 후보는 “바른말이 왜 내부 총질이냐”고 반박했다. 입장이 제지된 전한길 씨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열고 “조금 억울한 면도 있지만 지도부 결정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지도부와 최고위원이 선출돼 무너진 당을 재건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이번 부울경 합동연설회는 단순한 지역 유세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의 뿌리 깊은 갈등과 진영 대립이 공개적으로 폭발한 장면이었다. 반탄파와 찬탄파 간의 극한 대립은 후보 연설마다 고성과 야유로 이어졌고, 일부 후보는 이를 지지 결집의 기회로 삼았으나, 쇄신파 후보들은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채 방해를 받았다. 전당대회가 막판까지 이런 양상으로 이어질 경우, 당의 결속력 약화와 대외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와 후보들이 이번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 그리고 이러한 대립 속에서 어떤 지도부가 탄생할지가 당의 향후 정치적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