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재팬은 옛말'... 일본제품 품절 대란에 발동동 구는 소비자들

 한때 불매운동의 중심에 섰던 다이소가 이제는 당당히 일본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 7일부터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본제 상품 모음전'을 공개하며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서울 강남구의 한 다이소 매장에서 만난 40대 주부 박씨는 "일본제 커피 필터를 애용한다"며 "이제 매장 내 일본 제품 전용관이 생겨 쇼핑이 더욱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소 매장 곳곳에는 일본 수입상품존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주방용품부터 청소·욕실용품, 수납용품,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본산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다이소 관계자는 "자사 앱에서 '일본제'가 인기 검색어 순위권에 자주 오르는 것을 확인하고 이번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자레인지 용기, 수저 케이스, 밥주걱, 수세미 등 일부 인기 상품은 이미 품절 상태로, 재입고 예정 알림이 뜰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이는 2019년 노재팬 운동 당시와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당시 다이소는 일본 기업과의 지분 관계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2023년 12월 박정부 회장이 일본 다이소의 지분 34%를 5000억원에 전량 인수하면서 '일본 기업' 논란을 완전히 해소했다.

 

최근 일본 브랜드들의 국내 실적도 호조세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6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도요타는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14.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 외식 브랜드의 한국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는 "일본 관광 수요 증가로 반일 정서가 크게 완화됐다"며 "특히 엔저 현상의 장기화로 수입업자들이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스재팬'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모 '새벽 생계' 나간 15분 뒤 화마.."밝고 예뻤던 자매, 믿기지 않아"

 지난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는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 화재로 초등학생 언니(10)가 숨지고 동생(7)이 중태에 빠지면서, 어린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우리 사회의 취약한 단면이 드러났다.화재는 부모가 스터디카페 청소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지 불과 15분 만인 새벽 4시 15분께 4층 자택에서 시작됐다. 당시 자매는 안방 침대와 그 근처 바닥에서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새벽, 생계를 위해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상황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화재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아파트 4층 벽은 까맣게 그을렸고, 창문은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깨져 있었다. 내부의 가재도구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타버려 밖에서도 한눈에 보였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캐한 탄 냄새가 코를 찔러, 당시의 급박하고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게 했다.이웃 주민들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평소 자매는 어른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넬 만큼 밝고 예의 바른 아이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60대 주민은 "그 집에 초등학생 딸 둘이 있는데 어른한테 인사도 곧잘 하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짜노"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은 "자매들이 잘 모르는 어른한테도 인사를 잘했다. 얼마나 밝고 이쁜지 모두가 자매를 귀여워했다"며 "부부와 자매, 가족 4명이 종종 함께 다니는 모습도 자주 봤다. 화목해 보이는 집이었다"고 전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불이 나자 아파트 4층에 설치된 화재 자동 탐지기가 울렸고, 이웃 주민이 ㄱ씨 부부 집 현관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를 발견해 119에 즉시 신고했다. 화재를 목격한 20대 입주민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복도로 나와 연기를 봤다. 가족을 깨운 뒤 이웃집 문을 두드리면서 밖으로 대피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신고를 받은 지 단 6분 만인 새벽 4시 21분께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불이 난 ㄱ씨 집 현관문을 열고 곧바로 진입해 소화 작업을 진행했다. 검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극히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안방 침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첫째 딸과 그 근처 바닥에 쓰러져 있던 둘째 딸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소방 당국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자매를 밖으로 옮긴 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새벽 4시 32분, 구조된 아이들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첫째 딸은 연기 흡입으로 인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둘째 딸은 현재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상 등 타살 혐의는 없으며 숨진 첫째 딸은 연기 흡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번 사고는 단순히 화재라는 재난을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부산진구와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 부부는 올해 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행정복지센터에 복지 지원을 문의했으며, 두 자녀는 부부의 신청으로 교육급여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ㄱ씨 부부는 여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들만 남겨놓고 집 비울 수밖에 없던 삶"이라는 표현은 이들 부부가 처한 현실의 무게를 짐작게 한다.불은 신고 접수 19분 만인 새벽 4시 34분께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합동 감식을 진행하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황철호 부산진소방서 화재조사 주임은 "가장 화세가 컸던 거실을 중심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 화재 원인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부산진구는 이번 사고로 큰 슬픔에 잠긴 ㄱ씨 부부에게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 한 가정을 파괴한 이번 화재는 우리 사회가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