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도연X박해수, 체호프 만났다..연극 '벚꽃동산' 부산 상륙

 거장 안톤 체호프의 마지막 걸작 '벚꽃동산'이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의 손에서 한국적 이야기로 재탄생 해 3월 부산 관객과 만난다.

 

연극 '벚꽃동산'은 오는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이먼 스톤은 이번 작품에서 원작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현대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옮겨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특히 고전의 재해석에 탁월한 감각을 지닌 사이먼 스톤은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등에서 선보인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을 '벚꽃동산'에도 적용, 원작의 보편적인 주제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더불어 배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까지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는 10명의 배우들이 '원 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특히 전도연은 아들의 죽음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급변한 사회 속에서 혼란을 겪는 '송도영' 역을 맡아 특유의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박해수는 과거 송도영 집안의 하인 아들이었지만, 현재는 성공한 사업가 '황경석' 역을 맡아 냉철하면서도 복잡한 내면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부산문화회관 측은 "원작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하고 현실에 발딛은 인물들로 재구성했다"며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롭고 강렬한 '벚꽃동산'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종묘 앞에 142m 빌딩?…'왕릉뷰 아파트' 재현될까, 대법원 손에 달렸다

 국가유산의 경관이냐, 도심의 개발이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법적 판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가유산청과의 협의 없이 문화유산 보존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의 효력을 묻는 대법원 선고가 6일 열린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리 다툼을 넘어, 최근 서울시가 건물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한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왕릉뷰 아파트' 사태처럼 세계유산의 경관을 해치는 고층 건물이 종묘 앞에 들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갈등의 시작은 2023년 10월,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의 특정 조항을 삭제하면서부터였다. 삭제된 조항은 국가지정유산의 외곽 경계로부터 100m 밖이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면 그 영향을 검토하도록 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항이 상위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며 삭제를 강행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강력히 반발했다. 관련법상 조례를 개정하려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야 함에도 서울시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오세훈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고 개정 조례를 공포하면서, 결국 정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이번 소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시가 최근 고시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계획을 통해 종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55~71.9m에서 98.7~141.9m로 두 배 가까이 높였다. 최고 142m에 달하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길이 열린 셈이다. 문화계에서는 즉각 종묘 경관 훼손 우려가 터져 나왔지만,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180m 떨어져 있어 보존지역(100m) 밖이고, 문제의 규제 조항도 사라졌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9년간 13차례의 심의를 거치며 사업이 지연된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규제 조항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사전 작업'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령이 조례보다 우위에 있다는 '법령우위원칙' 위반 여부를 핵심적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만약 대법원이 조례 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면, 국가유산청의 권고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유산영향평가(HIA)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막강한 힘이 실리게 된다. 이는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의 전면 재검토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서울시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고층 건물 건립을 포함한 재개발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년 가까이 끌어온 법적 다툼의 결론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스카이라인과 세계유산의 미래를 동시에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