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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유행에 폐렴 사망 급증..장례식장 북새통 '가시밭길'

 "사랑하는 가족을 편히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최근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장례식장마다 사일장이 일상화되고, 화장장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유족들의 슬픔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유족들은 빈소조차 구하지 못해 고인을 안치실에 모셔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장례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는 고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 시기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이 폐렴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사망자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순히 슬픔을 나누는 공간 부족을 넘어, 장례 절차 지연이라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주 유일의 화장시설인 목련공원의 경우 하루 화장 가능한 시신은 22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폐렴 사망자 증가로 14일까지 예약이 이미 꽉 찼고, 15일에도 16구의 화장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목련공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예약이 갑자기 몰리기 시작했다"며 "평소에는 경험하기 힘든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하지만,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예약을 미루거나 다른 지역 화장장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빈소 부족 현상도 심각하다. 지난 11일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빈소 9곳이 모두 차  유족들이 고인을 안치실에 모셔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또한 화장장 예약이 늦어져 부득이하게 장례를 하루 연장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청주의료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화장장 예약이 늦어져  사일장을 치르거나, 삼일장을 치른 뒤 시신을 안치실에 임시 보관했다가 다음 날 화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유족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인근 세종시 화장장을 이용하려 해도 이미 자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주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73.9명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독감 유행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독감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폐렴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한 개인 위생 관리와 적극적인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화장시설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갓난아기 비닐봉지에 넣어 죽였는데…'집행유예' 선고한 판사, 대체 왜?

 비정한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으로 알려졌던 한 사건의 이면에는 한 여성의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숨어 있었다. 법원은 12일, 갓 태어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시체은닉)로 기소된 40대 친모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차가운 법리 대신 따뜻한 관용을 베풀었다. 이는 피고인의 범죄 사실 자체는 엄중하지만, 그녀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상황을 재판부가 깊이 헤아린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알려진 파렴치한 범죄자의 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낳은 한 개인의 비극이 법정에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A씨의 삶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였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녀는 임신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산부인과 검진을 받지 못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임신 사실조차 철저히 숨겨야만 했다. 재판부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하다 이런 지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욱이 A씨에게는 사망한 아기 외에도 여러 명의 자녀가 있었고, 그중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A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면 남은 자녀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의 양육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재판부는 이러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를 법정구속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김상곤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는 사망한 아이 말고도 다른 자녀들이 여럿 있고 이 중에는 장애아동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그런 사정들을 고려해서 오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비극을 막고 남겨진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고심이 담긴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며 A씨를 향해 "사회에 돌아가면 먼저 간 아이를 생각하면서 평생 남은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의 책임을 다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를 덧붙였다.A씨는 지난 2월, 전북 완주군의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낳은 뒤 의식이 없는 신생아를 비닐봉지에 넣어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갑자기 하혈을 한다"며 119에 신고해 병원을 찾았지만, 출산 흔적을 수상히 여긴 의료진의 신고로 범행이 발각되어 법정에 서게 됐다. 모든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의 배려가 담긴 선고가 내려지자 A씨는 피고인석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숨죽여 울었다. 뒤늦게 떠나보낸 아기를 향한 미안함과 남은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된 안도감이 뒤섞인 통한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