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정치깡패 부활?..국회에 뜬 '백골단'에 야당 대격돌

국회에서 열린 이른바 '백골단'의 기자회견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민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지원하자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하얀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한 '반공청년단'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시민 조직”으로 정의하며, 과거 반민주적 폭력의 상징이었던 ‘백골단’을 예하 조직으로 포함하겠다고 선언했다.  

 

백골단은 이승만 정권 시절 정치적 반대 세력을 탄압하며 악명을 떨친 집단으로,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사복 경찰대를 의미한다. 반공청년단은 “백골단의 이름이 긍정적, 부정적 의미를 모두 지닌다”며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민전 의원이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는 단체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웠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백골단’이라는 용어가 가진 역사적 의미조차 인지하지 못한 무책임한 행위”라며 “이런 행동은 정치적 분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SNS에서 김 의원의 행동을 겨냥해 “국회의원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집단을 옹호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민전 의원이 정치적 깡패 집단의 부활을 지원했다”며 “이는 폭력을 통한 공권력 무력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즉시 사퇴하고 국민의힘은 그를 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백골단은 민주주의를 부정했던 어두운 역사의 상징”이라며 이를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운 김 의원의 행동을 규탄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민전 의원은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그는 “청년들의 요청으로 국회 기자회견을 지원했다”며 “반공청년단이라는 이름은 기자회견 직전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이 직접 연락해 기자회견 장소를 대여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기자회견 이후에야 이들의 조직 이름이 반공청년단에서 ‘백골단’으로 회자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후 청년들로부터 '백골단이라는 명칭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 조직화를 원치 않는 자발적 참여로 활동하고 있음을 존중한다”며 “명칭이나 조직 운영 방식은 청년들 스스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의원은 “이들을 위한 작은 도움을 제공하려 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일부 윤 대통령 지지 청년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의견과 자발적 활동이 청년들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제의 책임에서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야권은 김 의원의 해명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며 김 의원의 즉각적인 사퇴와 국민의힘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의원의 행동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야권은 김 의원의 행동이 윤석열 대통령 방어를 위한 극우 세력 동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특정 단체의 기자회견을 넘어 역사적 상처를 가진 용어와 상징을 정치적으로 재활용하려는 시도로 비춰지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권력과 헌정질서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국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질문도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강간범은 집유 6개월, 저항한 피해자는 10개월?" 61년 전 뒤바뀐 정의가 바로 잡히다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23일 오전,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부산지검 정명원 공판부 부장검사가 피고인석에 앉은 79세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이 노인은 61년 전인 1964년, 18세 나이에 성폭행을 시도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저항했다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중상해 혐의로 기소됐던 최말자씨다. 당시 검찰은 그녀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영장 제시도 없이 구속했다. 1965년 1월,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반면 성폭행을 시도했던 노모(당시 21세)씨는 강간미수 혐의는 다뤄지지 않고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으로 재판을 받아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는 부조리한 결과였다.56년이 지난 2020년, 최씨는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다. 오랜 법적 다툼 끝에 지난해 재심 절차가 시작됐고, 이날 첫 공판이 열렸다.공판부장이 직접 법정에 서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더욱이 정 부장검사는 피고인을 '최말자님'이라고 존칭하며 검찰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는 "재심 개시 결정의 취지에 따라 검찰은 사실관계부터 법률 판단에 이르기까지 치우침 없이 재검토했다"고 밝히며, 5분가량의 짧은 발언 후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조용하던 법정은 순식간에 흐느끼는 울음소리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무죄를 구형한 정 부장검사는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5기로 2006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공판분야 최초로 공인전문검사 1급인 '블랙벨트'에 선정된 바 있다.이날 최씨는 법정을 나서면서 홀가분한 표정으로 손을 치켜들며 "이겼습니다"를 세 번 외쳤다. 법정 밖에서는 그동안 최씨를 지지해온 연대자들과 포옹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한국여성의전화는 검찰의 무죄 구형에 대해 "61년 만의 검찰의 사과는 너무 늦었고 당연하다"며 "지금이라도 당시 부정의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검찰의 구형은 최말자 님 뿐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과 사법 시스템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61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후에야 이루어진 검찰의 사과와 무죄 구형은 늦었지만, 정의가 실현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