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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도 손 놓나"... T1 향한 1년째 디도스 테러, 대응은?

 세계적인 e스포츠 팀 T1을 향한 악의적인 디도스(DDoS) 공격이 1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LCK가 마침내 해결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8일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개최된 'LCK컵 미디어데이'에서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라이엇게임즈 본사와 협력하여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디도스는 해커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이버 공격 수법으로, 대상 서버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전송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특히 실시간 반응 속도가 승패를 좌우하는 e스포츠 경기에서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수들의 경기력과 훈련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 문제는 지난해 LCK 경기장인 롤파크를 겨냥한 디도스 공격으로 시작됐다. 당시 LCK는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비공개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대회용 서버를 분리하는 등의 조치로 리그 운영은 곧 정상화됐지만, 이후 공격 대상이 T1 연습실과 숙소로 옮겨가면서 선수들의 훈련과 개인방송 활동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최근에도 지속된 디도스 공격으로 T1은 결국 선수단의 개인방송을 전면 중단하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김정균 T1 감독은 "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라이엇게임즈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정훈 사무총장은 "여러 조치를 통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단순한 해결책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의심스러운 부분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정상적인 훈련과 방송 활동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라이엇게임즈 측은 현재 T1을 향한 디도스 공격의 정확도가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회사는 보안 시스템 강화와 함께 공격자 추적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e스포츠 전반의 사이버 보안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모 '새벽 생계' 나간 15분 뒤 화마.."밝고 예뻤던 자매, 믿기지 않아"

 지난 24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는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이 화재로 초등학생 언니(10)가 숨지고 동생(7)이 중태에 빠지면서, 어린 자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우리 사회의 취약한 단면이 드러났다.화재는 부모가 스터디카페 청소 일을 위해 집을 비운 지 불과 15분 만인 새벽 4시 15분께 4층 자택에서 시작됐다. 당시 자매는 안방 침대와 그 근처 바닥에서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새벽, 생계를 위해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상황은 더욱 안타까움을 더한다.화재 현장은 참혹 그 자체였다. 아파트 4층 벽은 까맣게 그을렸고, 창문은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깨져 있었다. 내부의 가재도구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타버려 밖에서도 한눈에 보였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캐한 탄 냄새가 코를 찔러, 당시의 급박하고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게 했다.이웃 주민들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평소 자매는 어른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넬 만큼 밝고 예의 바른 아이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 60대 주민은 "그 집에 초등학생 딸 둘이 있는데 어른한테 인사도 곧잘 하는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짜노"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주민은 "자매들이 잘 모르는 어른한테도 인사를 잘했다. 얼마나 밝고 이쁜지 모두가 자매를 귀여워했다"며 "부부와 자매, 가족 4명이 종종 함께 다니는 모습도 자주 봤다. 화목해 보이는 집이었다"고 전하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불이 나자 아파트 4층에 설치된 화재 자동 탐지기가 울렸고, 이웃 주민이 ㄱ씨 부부 집 현관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를 발견해 119에 즉시 신고했다. 화재를 목격한 20대 입주민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복도로 나와 연기를 봤다. 가족을 깨운 뒤 이웃집 문을 두드리면서 밖으로 대피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신고를 받은 지 단 6분 만인 새벽 4시 21분께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불이 난 ㄱ씨 집 현관문을 열고 곧바로 진입해 소화 작업을 진행했다. 검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극히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은 안방 침대에서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첫째 딸과 그 근처 바닥에 쓰러져 있던 둘째 딸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소방 당국은 호흡과 맥박이 없는 자매를 밖으로 옮긴 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새벽 4시 32분, 구조된 아이들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안타깝게도 첫째 딸은 연기 흡입으로 인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둘째 딸은 현재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중태에 빠져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상 등 타살 혐의는 없으며 숨진 첫째 딸은 연기 흡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번 사고는 단순히 화재라는 재난을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의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부산진구와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 부부는 올해 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행정복지센터에 복지 지원을 문의했으며, 두 자녀는 부부의 신청으로 교육급여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ㄱ씨 부부는 여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들만 남겨놓고 집 비울 수밖에 없던 삶"이라는 표현은 이들 부부가 처한 현실의 무게를 짐작게 한다.불은 신고 접수 19분 만인 새벽 4시 34분께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합동 감식을 진행하며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황철호 부산진소방서 화재조사 주임은 "가장 화세가 컸던 거실을 중심으로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구체적 화재 원인에 대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부산진구는 이번 사고로 큰 슬픔에 잠긴 ㄱ씨 부부에게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의료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어린 생명을 앗아가고 한 가정을 파괴한 이번 화재는 우리 사회가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