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수리vs반려' 대통령실-권한대행 '사표 공방' 격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에 반발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거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1일 정진석 실장과의 첫 통화에서 사표 수리 의사를 밝혔다가 이후 "국정 안정이 우선"이라며 반려 입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정 실장은 이미 사의가 수용된 것으로 판단, 퇴임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괄 사표를 낸 것은 분명하나, 완전히 거취를 상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독단적인 결정이 이뤄지는데 무슨 보좌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토로가 나올 정도로 내부 반발이 거셌다.

 

여권에서는 '대행의 대행'인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한덕수 전 권한대행이 탄핵소추 위험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대비되며, 최 권한대행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재판관 충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가적 혼란기에 고위 공직자들이 탄핵심판 관련 유불리를 이유로 일괄 사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일 오전 예정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 회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강국 스웨덴도 포기 못한 '현금'... 한국만 서두르는 이유는?

 한국에서 '현금 없는 사회'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일상 상거래는 물론 공공 교통수단에서조차 현금 결제가 차단되는 '현금 없는 버스'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단순히 디지털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만 볼 수 있을까?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삶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이 보장되는 사회가 더욱 자유로운 사회"라고 강조한다.지방정부들은 현금 없는 체계를 '글로벌 트렌드'로 포장하며 추진해왔다. 영국,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에서도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 베를린도 지난해 버스 현금 승차를 금지했다. 호주에서는 현금 운송 업체의 파산 위기를 막기 위해 여러 회사들이 거액을 투입해 현금 유통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러나 이는 현실의 절반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현금 사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금은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의 보편적 이용권을 보장하고, 자본과 국가권력의 감시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한국은 '한국은행법'이 현금의 무제한 통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한국은행은 현금 사용 선택권을 홍보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화폐 유통 시스템 관계기관 협의회에서는 현금 접근성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에서도 2019년과 2022년에 현금 결제 선택권을 보장하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해외에서는 현금 사용 선택권 보장을 위한 법적, 사회적 장치가 더욱 구체화되어 있다. 미국의 뉴저지, 뉴욕 등 일부 주는 매장에서 현금 수취 거부를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 중이다. 덴마크는 2015년 지급카드법에 현금 결제 선택권을 명시했고, 노르웨이는 금융계약법 개정을 통해 현금 결제 거부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디지털 결제가 보편화된 스웨덴에서도 2015년 최고행정법원은 공공의료기관이 현금 결제를 수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은행의 현금 서비스와 ATM 설치를 의무화했다. 프랑스는 판매점이 현금, 카드, 어음 중 두 가지 이상을 결제 수단으로 의무 선택하도록 하고, 현금 수령 거부 시 벌금을 부과한다.네덜란드는 법적 강제는 없지만,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현금 수취 거부나 현금 사용자 차별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 결제가 일상화된 중국에서도 노년층과 외국인을 위해 현금 결제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현금 접근성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과 호주는 대형마트, 식료품점 등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하며, 영국은 물품 구매 없이도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일랜드는 은행이 수익성만을 이유로 ATM을 함부로 폐쇄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시민사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스페인의 'Plataforma Denaria', 프랑스의 'CashEssentials', 스웨덴의 '현금 반란' 등 시민단체들이 현금 사용권을 옹호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특히 노년층과 농촌 거주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권리를 대변하고 있다.현금 없는 사회의 부작용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시민들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현금 사용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인식하고, 이를 법률적으로 보장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모두에게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